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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Jul 18. 2019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고요?

제 인생 키워드가 일희일비인데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성장하라며 조언이나 의견을 말하는 상사가 있었다. 물론, 성장은 아주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애정 없는 조언은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 어렵다. 애정이 없는 조언은 비난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말투나 표정 등 외부 요소들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조언이든 비판이든, 말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그런 의도로 이야기했어도 듣는 사람이 다르게 듣는 다면, 그건 듣는 사람 마음이다. 말하는 사람이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애정이 없다면, 그건 누구를 위한 말일까?


그런 말들이 아주 많았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너는 뭐뭐 고쳐야 한다.' 혹은 '너는 뭐뭐 하지 마라.' 또는 '너는 뭐뭐 하는 경향이 있어' 등등의 말들이다. 상황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들이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사람 볼 줄 아는 사람이야!"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돈을 쓰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돈도 벌고 하고 싶은 말도 맘껏 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는가.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어떤 조언은 아주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누구는 20년 살았고, 누구는 40년을 살아왔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소신껏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생각해보면, 겨우 1-2년 보고 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군다나 한두 달 보고 '너는 뭐뭐 하지 마라'하기엔 좀 섣부르지 않을까. 어떤 속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데.



"너는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마라."

이 말을 들은 지 3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 부정적인 의미의 눈빛, 표정과 말투를 잊을 수가 없다. 상처 받았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일희일비의 뜻을 몰라서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이 아니다. 도대체 나한테 이런 말을 왜 하는 걸까 하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게 꼭 그런 말을 그런 태도로 했어야 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가볍게 굴지 마라- 뭐 그런 뜻이었던 것이다. 계속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그래,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하고 정리했다. 인생 선배가 해주는 말을 잘 받아들여, 그래 말 그대로 성장해야지. 더 좋은 사람이 돼야지 생각했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가 피곤하기도 하고 없어 보이기도 했다. 여기저기 눈치를 보고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내가 싫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하루 종일 반성하고 좋은 일이 하나 생기면 세상 행복한 아이. 가볍다.


그렇게 또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나는 이직도 하고 직급도 달았다.

그래, 이제 일희일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무슨 소리! 그게 내 인생 키워드야!


그렇다. 장동건이 멋있던 시절도 지나고 원빈이 멋있던 시절도 지나고.... 엑소... BTS 그런 것이다.

나는 나 그대로를 믿어주면 언젠가 나의 성향에 맞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혹은 지금 나이에는 조금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몰라도 30대, 40대 되어가면 사소한 것에 울고 웃는 일이 필요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먹을수록 웃을 일도 울 일도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일희일비하던 성격이 어디 가겠는 가. 상사의 말 한마디에 2년, 3년을 고민 한들 성향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돌아보니 내 인생 자체가 그냥 일희일비이다. 나는 사소한 것에 울고 웃는 그런 사람이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 내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았다고 보면 좋겠다. 내 인생의 키워드.


일희일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는 나의 상처를 치료했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는 가성비가 아주 갑인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우리 팀 인턴이 주는 작은 캔디에 감동받다가도 돌아서 반복되는 수정사항에 힘들어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작은 캔디 하나면 다시 그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기도 한다. 그게 꼭 나쁘기만 한 걸까?


잘은 모르겠다. 매일매일 죽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꽤나 지치는 일이다. 이런 성격으로 살다가 망할 수도 흥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스트레스로 머리가 삐죽삐죽 서는 날이면 오히려 롤러코스터를 안 탄다. 그런 날은 오히려 바람 없는 호수 같다.


어쩌나 저쩌나,

매일매일 일희일비하는 가벼운 나와 이런 인생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아주 심한 바닥으로 떨어지지 못하게 쿠션이 되어주는 존재들. 물론, 아주 멀리 날아오르지 못하게 적절히 쓴소리를 해주는 그런 존재들. 그들의 쓴소리를 조언 삼아 나아가겠다. 적어도 그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믿을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그런 존재들을 보면

아직 내 인생, 망하지 않았다.

그냥 좀 더 이대로 일희일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의 귀여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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