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천 자 씩 글을 써보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만 길게 하다가 시작하지 못하는 버릇이 반복되고 있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얼른 적으려고 하다가도 어느 노트에 적을까 고르면서 생각의 반이 날아가버린다. 선택한 노트에 남은 절반이라도 적어서 남겨두고 이렇게 실천하면 되겠구나 생각을 정리하기만 하고 그냥 내버려둔다. 또 좋은 생각이 날때면 다른 노트를 찾아서 적어두는 일을 반복한다.
걷기도 꾸준히 해야겠고, 글쓰기도 생각만 하는게 아니라 무엇이라도 계속 적어야겠고, 생활을 반복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산만한 탓인지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잘 안된다. 결심하고 다짐하고 노트를 다시 적어도 그때 뿐이다.
열흘 가까이 되는 긴 추석연휴동안 드디어 서재의 책장과 책상을 비우고 정리하여 의자에 앉을 수 있게 치웠다. 케이블과 포트가 잘 맞지 않아서 연결이 힘들던 오래된 모니터 두 개를 버리고 27인치 모니터를 새로 샀다. 원래 있던 모니터와 함께 27인치로 듀얼 모니터를 세팅해서 드디어 책상앞에서 맥미니나 노트북을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세팅을 완료했다. 구글 타이머라 불리는 보라색 타이머도 사서 올려두고, 많은 필기구들(사인펜, 볼펜, 만년필 등 세 박스나 정리했다)과 노트들(책장을 하나 비워서 쌓으니 엄청 많다. 언제 다 쓸 수 있을까?)까지 정리를 끝냈다. 이제 정말 책상에 앉아서 무엇이라도 할 일만 남았다.
올해 여름부터 저녁에 한 두 잔씩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보다 맛이 있다고나 할까. 차를 우려서 책상에 앉아 이제 무엇을 하면 될지 생각을 적어보고 목표를 정했다. 환경을 만들었으니 매일 책상에 앉아서 글을 써서 생각의 근육과 글쓰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하루에 천 자 씩 적고, 주말에 좀 더 적거나 글이 좀 길어진다면 일주일에 만 자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난 김에 오늘부터 천 자를 써보려고 컴퓨터를 켜고 듀얼모니터에 맞게 화면을 4개로 정리하였다. 다양한 콘텐츠를 띄우니 왜 컴퓨터를 켰는지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짓을 하고 있다.
구글 타이머를 10분씩 세 번이나 흘려버린 후에야 집중해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베어(bear)를 세팅했다. 화면을 깔끔하게 어두운 회색으로 전체화면으로 덮어서 타이핑으로 하얗게 만들어지는 글자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애플 디바이스면 어디든 실시간으로 동기화를 해 주기때문에 글을 이어서 쓰거나 검토하기에 매우 좋은 글쓰기 앱이다.
매일 7천 걸음 정도를 걷고 있으니 역시 주말까지 포함하면 10만 걸음 정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글과 걸음을 더하면 만작십만보인데, 줄여서 ‘만작만보’라고 적어보았다. 오랫만에 한자를 적어보려니 획 순과 글자가 잘 생각나진 않지만 만들작, 걸음보, 그리고 일만만자를 쓰면 적당히 네 글자로 적을 수 있겠다. 이걸 기준으로 삼아서 계정도 하나 만들어 볼까 싶은데 계정의 이름은..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다.
이 목표를 금방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고 싶다. 계획하고 시작하고 금방 그만두고 잊혀지는 과정을 너무 많이 경험했는데, 다 나의 성실함이 부족한 탓이다. 근데 글을 쓰다보니 장비병이 다시 생기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이 글의 초안을 잠들기 전 작성한 후에 아침에 일어나서 싹 갈아 엎었다. 한동안 글쓰기를 안했더니 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연습이 없이 잘하기를 바라면 안되는 것이지..
20251011. 1,663자의 글을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