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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네이밍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나 혼자서 조용히.

by 이웃의 토토로

오랫만에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었다. 기존에 있는 것에 적으려고 하니 오랫동안 글이 없었던 것이 뭔가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곱번째 매거진을 열었다. 이름을 좋아하는 서점으로 할까 아니면 하루에 천 자씩 쓰기로 했으니 그런 어감을 갖도록 만들까 아니면 첫 번째 글인 ‘만작만보’를 쓸까 고민했다. 서점 이름은 나만 좋은거지 독자에게 어필하기 힘들 것 같고, 만작만보는 의미 전달이 힘들 것 같았다.

‘꾸준하게 하루에 천 자이상 쓰려고 만드는 매거진’이니까 천자일기, 서재에 앉아서 마무리를 할테니 서재일기, 매일쓰는거니까 천자다이어리 등등.. 생각을 하면서 매거진 만들기를 눌러보니 short url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독자에게도 직관적이고 url도 기억하기 쉬우려면 단순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천자쯤 쓰는 일기’를 제목으로 하고 ‘1000diary’라고 url도 쉽게 적었다. 이번엔 빠르게 생각을 해보느라 노란 A6 크기의 옥스포드 리갈 패드에 낙서하듯 적어서 정리했다. (다 적고 난 후에 부욱 찢어서 한 주먹으로 구겨서 동그랗게 만들어 버리는 그 느낌은 역시 리갈 패드가 최고다)


블로그 이름을 만드는 것이나 유튜브의 채널명을 만드는 것이나 이메일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gmail의 계정을 이리저리 만들어 보는 것 모두 쉽지 않은 생각의 연속이다. 그 시기에 꽂혀서 좋아하는 단어가 중심이 되기도 하고, 한 두 단어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해서 연상하기 쉬운 이름을 만들기도 한다. 브랜딩을 하는 것이라면 매우 중요한 일이겠으나 사실 크게 이상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을 것이지만 나름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게 되는 것이 네이밍인 것 같다.

단순하게 정리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늘어놓은 생각의 조각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복잡하게 꼬이고 얽인 실타래처럼 생각을 방해한다. 너무 많이 만들어 놓은 이메일과 채널명도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은데, 온라인 노트에 적어둔 리스트와 메모들도 정리를 해서 줄여야 한다. 이제는 어디에 적었는지 검색하지 않으면 바로 찾아가기 힘들어진 수준이라니.


새로 매거진을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브런치 블로그다 보니 혼자서 많은 글을 적을때까지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정리되지 않은 초안과 같은, 천 자의 일기 같은 내용을 혼자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블로그에 쓰는 글은 독자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잘 모르겠다. 흔히 이야기하는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돈은 많이 벌고 싶다”라는 희망이 반영되는 것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으면서도 벌써 헛바람이 들었나보다.


20251012. 1,334자를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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