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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와 음악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최고다!

by 이웃의 토토로

며칠 전 건강검진을 할 때 청력 테스트를 제일 먼저 받았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 닫으면 아무런 잡음이 들리지 않고, 밖에 앉은 담당자의 지시만 알 수 있다. “삐”하고 짧에 울리는 소리를 잘 듣고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같은 나이대보다 조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오른쪽과 왼쪽 모두 나름 합격을 받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노이즈가 많은 환경에서 점점 알아듣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꽤 예전부터(대략 30대 부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입술을 같이 보면서 시각과 청각을 합쳐서 듣는 것이다. 마치 영어로 된 대사를 한글 자막과 함께 보면 이해가 훨씬 잘 되는 것과 같다. 이 방법의 이점 중 하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항상 쳐다보고는 있지만 (입술을 봐야하니까)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것은 아니라서 집중해서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듣고 있는 게 맞다)


산만하고 오래 집중을 못하는 성격 덕분에 하던 것에 너무 집중해서 옆에서 말하는 소리를 못들을 때도 아주 가끔 있는데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회의를 하거나 여럿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일이 종종 생긴다. 여전히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입술을 쳐다보는데, 소리가 전달이 되지 않으니 주변의 노이즈에 섞여버린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과 사무실에서 앉아서 업무를 하는 때에도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다. 시끄러운 환경인 출퇴근시에는 노이즈 캔슬링을 on의 상태로 하고 있지만 사무실에 앉아서는 바깥의 소리와 음악이 다 들리도록 사용한다. 노이즈 캔슬링 상태가 아니면 놓치는 경우가 없지만, 노이즈 캔슬링이 동작중이면 가끔씩 이어폰을 끼고 있을 때 누가 부른다면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눈은 모니터를 보며 집중하고 있고, 귀는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에 온전히 묻혀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를 덮는 헤드폰을 쓰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는 귀마개를 겸해서 좋지만)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집에서 가끔씩 사용하는 정도. 대부분 귓 속에 쏙 들어가는 인이어 형태를 쓴다. 인이어도 크거나 하면 못 쓰는데, 이제는 선이 없는 블루투스 방식의 이어폰으로 다 넘어왔다. 아이폰에서 제공하던 기본형 이어폰은 귀에 꽂으면 금방 스스륵 흘러 내려서 앉아서도 쓸 수가 없다. 에어팟은 열 걸음도 걷기 전에 같은 방식으로 빠져버린다.


에어팟 프로만 빠지지 않고 잘 들을 수 있어서 처음 출시되었을 때 하나를 샀다. 그 뒤로 왼쪽 유닛이 치지직 하는 노이즈가 생겼는데 내 것 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용 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애플의 불량이라 무상으로 교체를 받았다. 하지만 3년 정도 쓰고 나서부터 노이즈 캔슬링 버튼을 눌러도 주변의 소음이 반쯤은 들리는 상태가 되었다. 마침 친구가 안쓴다며 똑같은 에어팟 프로를 그냥 주고가서 몇 달 잘 썼는데, 똑같이 주변의 소음이 반쯤은 들리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에어팟 프로 2세대를 사서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하니까) 출퇴근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집에 하나, 회사에 하나를 두고 서재와 사무실 자리에서 쓰고 있다.


이어폰을 많이 쓰고 있으니 노이즈 캔슬링을 위해서 그냥 꽂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음악을 틀어놓는다. 플레이 리스트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좋아하는 다양한 음악이 출퇴근용이고, 카페 음악 처럼 배경음악처럼 흘려들을 수 있으면서 플레이 타임이 긴 것을 모아두고 있다. 같은 환경이라도 생활 소음과 노이즈 대신에 음악을 들으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20251025. 1,728자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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