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점점..더
신분당선 판교역은 판교테크노밸리의 중심이다. 북쪽 방향 얕은 언덕을 따라 기업들이 들어오고,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점차 늘어난 후에 판교역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역 주변은 구획만 정리된 공터같아서 역을 빠져나오면 공터 한가운데로 나오는 느낌이었다. 4개의 큰 빌딩이 지하철 출구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지하로 연결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판교는 위치가 위에 성남공항(서울공항)이 있고 이륙하면 지나가는 방향이라 고도 제한이 있다. 개발 안된 시절에 여기를 지나서 경부고속도로를 진입할 수 있었기에 분당에서 여의도로 출퇴근을 할때 동네를 자주 지나다녔다. 공사하느라 오늘은 길이 이쪽으로, 다음날은 저쪽으로, 또 몇 주 지나면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자주 옮기면서 운전을 할때면 늘 조심해서 다녔던 기억이 난다.
언덕을 밀고 구역을 나누고 임시로 길을 내고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으로 지하차도를 만드는 것(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냥 깊게 판 후에 위를 덮었다)을 보면서 다녔다. 여기는 암반지대처럼 딱딱한 지반과 암석이 많아서 깊게 파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판교 지역의 지하주차장이 깊어지지 못해서 주차난을 유발하는 큰 이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서 지하 주차장은 부족하고, 지상 주차장은 별로 없다. 얼마전까지 판교역앞에 넓은 공터(분당과 판교가 분구하면 구청을 지을 자리였던 것으로)에 공영 주차장을 운영해서 600대의 주차가 가능했는데, 이 부지를 NC가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구센터를 짓기 시작해서 주차면이 순식간에 증발했고 주차난이 더 심해졌다.
이곳은 IT(정보통신), BT(바이오 연구소), CT(문화, 주로 온라인 게임사), NT(나노테크.. 이 회사들은 어딘지 모르겠다)를 중심으로 기업을 모집했는데 지금은 조금 더 북쪽의 제2판교테크노밸리, 대왕판교IC 넘어 제3판교테크노밸리로 넓어지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판교역뿐이다. 입주 기업은 1,800개가 넘고 임직원도 8만 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판교의 특징중 하나는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이 많아서 7-4(7시 출근 4시 퇴근)부터 10-7까지 다양한 형태의 출근 시간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출퇴근 패턴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오전 8시반부터 오후 6시반에 일을 하기 위해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다. (이건 회사 휴게실에서 판교역쪽을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하천을 건너려면 다리가 좁으니까) 줄지어서 오고가는 것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판교의 주거지는 서울 강남 만큼이나 비싸서 서울에서 오거나 성남이나 용인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제외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나와서 첫 번째 정류장인 낙생육교의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제외하더라도 4~5만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판교역 하나로 몰린다. 강남역까지 20여분, 광교까지 20여분이니까 다른 교통수단보다 시간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이 있다. (물론 신분당선이 구간을 넘어갈수록 비싸다!) 퇴근 시간에 광교 방향으로 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시간대를 잘 못 맞추면 지하철 한 두 대를 보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이렇게 길게 판교테크노밸리의 환경을 적는 이유는 오늘 퇴근길에 마주한 판교역 플랫폼의 인파에 놀라서다. 오늘은 6시반에 회사를 나와서 6시40분 정도에 판교역으로 내려갔다. 티머니를 K패스에 등록한 첫 날이라 아이폰으로 태깅해서 게이트를 지나 플랫폼으로 짧은 계단을 내려갔는데, 스크린 도어부터 뒤쪽 벽까지 빼곡하게 줄을 선 사람들을 만났다. 플랫폼 대기 공간이 엄청 넓은 역인데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파를 보니 살짝 당황했다. 다시 올라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정도 사람이면 2대 이상 보내고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대가 들어오면 한 줄에서 겨우 세 명 정도 탈 수 있었다. 결국 4대를 보내고 다섯 번째 지하철에 겨우 꾸깃하게 탈 수 있었다.
NC 연구센터부터 제2, 제3 판교테크노밸리까지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입주를 할 예정이고, 여전히 판교역 하나가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출퇴근길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근을 더 일찍 하거나(그럼 더 일찍 갈 수 있을까?), 아니면 10시 출근을 꽉 채워서 오후 7시가 지나서 퇴근하거나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20251030. 2,139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