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겨울이다.
더위가 물러가고 단풍이 들면서 길거리에 낙엽이 뒹굴기 시작할때 쯤이면 꼭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매연이 심한 서울에 이사오고 나서 매년 빠짐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살때는 없었던 증상이라 서울의 환경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는 손가락 끝이 트는 일이다. 손이 건조한 편이라서 기온이 내려가고 찬바람이 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가끔 손바닥에서 땀이 나기도 하지만, 손톱과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일어나서 거스러미가 일어나고 손톱반월이 갈라지면 불편하기도 하고 따갑기도 하다.
몇 년 을 고생한 후에 찾은 해결책은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인데, 바른 후에 흡수되지 않고 미끌거리면 타이핑을 하기도 어렵고 마우스를 잡기도 불편하다. 흡수가 빠르게 되고 여기저기 묻어나지 않는 핸드크림을 찾느라 오랜 시간을 썼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정착한 건 록시땅 핸드크림이었다.
대표상품인 시어버터 함량이 높은 건 손등에만 바르고, 손가락까지 바를때는 약간 묽으면서도 향이 좋고 빠르게 스며드는 버베나를 쓴다. 록시땅 매장에서 사기도 했고, 면세점에서 사기도 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기도 했는데 항상 재고로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집에는 화장실 앞에 하나, 회사에는 책상 위에 하나. 한때는 매트한 질감의 록시땅 까데(cade) 계열의 밤을 썼는데 품절이 잘 되고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오래가지 못했다.
두 번째는 깜짝 놀랄만큼 크게 스파크가 튀는 것이다. 주로 방문, 슬라이드 도어, 철문 같은 쇠로 된 물건을 그날 처음 잡을때 반드시 일어난다. 주로 폴리에스터로 만든 가디건이나 후드티와 같은 옷을 입었을 때 일어난다. 물론 건조한 손으로 접촉을 해도 일어나는데, 깜짝 놀라서 커피잔을 들고 있다면 커피를 쏟을만큼 반응을 한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스파크가 튀는 계절이 오면 먼저 옷에 손을 문질러서 정전기를 없앤 후에 문에 손을 대는데,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 습관적으로 손을 문지른다. 괜히 문 앞에 서면 긴장하게 만드는 불편함이라고 할까.
올해도 핸드크림을 여기저기 비치해 놓고 잘 쓰면서 손이 트는 것과 스파크가 튀는 이를 최대한 줄여볼 생각이다. 둘 다 아픈 것이라.. 피하고 싶다.
20251029. 1,099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