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타코야키처럼 20개씩 구울 수 없는 것인가..
아침 출근길부터 붕어빵을 팔지는 않는다. 퇴근길에 보인 불빛으로 아직 영업중임을 알았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잠시 나간 김에 붕어빵을 사러 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다려서 먹은 기억이 없는데 오늘은 내 앞에 다섯팀이나 있다. 순서를 확인하고 팥붕어빵 3개를 주문했다. 1개에 800원, 3개에 2,000원. 적당한 가격이다. 다른데서는 1개에 1,000원 3개에 2,500원 이상 하는데 작년과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다섯팀은 5명, 2명, 3명, 2명, 2명의 인원 구성으로 있어서 붕어빵틀이 서 너 바퀴 돌면 순서가 될 줄 알았다. 뒤에서 주문을 듣고 있자니 5명은 9개, 2명은 6개, 3명은 6개, 2명은 9개, 2명은 6개.. 날이 추워지니 다들 대량구매(?)를 하고 있다. 10분도 안걸릴줄 알았던 기다림은 25분쯤 지나서야 차례가 돌아왔다.
오늘은 6개가 한 세트인 붕어빵틀에서 3개는 덜익고 3개는 타버리는 중이었다. 올해 장사를 시작한지 이틀째라 아마 불조절이 잘 안되거나 붕어빵틀의 열전달이 골고루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부상병(?)들이 비율적으로 자꾸 발생해서 주인의 미안한 마음에 붕어 주문에 부상병들을 하나씩 끼워주고 있었다. 물론 내 앞에서 부상병은 모두 돌아갔고, 보너스는 없었다.
따끈한 팥붕어빵을 집에 가져와서 한마리를 나눠 먹었다. 팥도 엄청 많이 들어가있고 달달한 것이 딱 붕어빵을 떠올릴때 기억하는 맛이다. 붕어빵을 먹을때면 항상 머리부터 먹는다. 반대로 꼬리부터 먹으면 머리만 남아서 보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 모양을 한 대부분의 과자나 빵은 항상 머리쪽부터 먹는다.
날이 추워지면서 붕어빵의 인기는 당분간 식을 것 같지 않고, 전화주문번호도 적어두었던데 예약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겨울내 붕어빵을 몇 번이나 사먹을까 싶긴 하지만 겨울을 상징하는 호빵, 오뎅, 붕어빵 같은 것들은 간절히 먹고싶을 때가 있다. 그게 지금이다.
내년 3월 중순까지 붕어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