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코너에선 살 수 없어요..
지하철역을 내려서 집으로 걸어오다 보면 거의 다 온 끝 모퉁이에 포장마차가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더 이상 공간이 없는 작은 포장마차다. 몇 년 전 부터인가 생겼는데,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만 장사를 하고 메뉴는 붕어빵과 계란빵 두 가지 뿐이다. 오늘 퇴근길에 보니 밤 10시가 조금 안되어서 전등을 끄고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에 붕어빵을 사갈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불은 탁 꺼져버렸다. 올해 3월 11일까지 장사를 하고 접은 기억이 났는데, 시작은 10월 27일부터니 5개월 조금 못 되는 기간이다(겨울이 이렇게 길다니..).
벽에 붙은 작은 공간에서 추위를 버티며(사진 왼쪽에 주황색 포장마차가 보인다) 따뜻한 붕어빵을 파는 모습에 지나갈 때 마다 하나 사갈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고, 가끔은 실행에 옮겼다. 어릴때는 날이 추워지면 동네마다 볼 수 있던 것 중 하나가 붕어빵 파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매우 드물어져서 붕어빵을 살 수 있는 ‘붕세권’을 이야기 할 정도니 희귀한 아이템이 되었다.
회사에서 출퇴근길이 되는 바로 앞 다리에서도 붕어빵을 판다. 여긴 ‘잉어빵’이고 팥이 들어간 것(팥붕)과 슈크림이 들어간 것(슈풍)을 판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줄을 서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금방 살 수 있다. 선택은 언제나 반반인데, 홀수로 사야할 때는 팥이 들어간 붕어빵이 항상 우위에 선다.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가면 좀 큰 텐트같은 붕어빵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여기는 점심시간부터 늦은 퇴근 시간까지 항상 줄이 길다. 붕어빵 틀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닌데, 항상 수요가 넘친다. ‘붕세권 검색’ 어플리케이션에도 나오는 집이라서 그런 것 같다.
붕어빵의 가격이 오르고, 같은 가격에 붕어빵의 숫자와 크기가 줄어들어도 추운 겨울이면 군밤과 군고구마 처럼 길에서 만나면 항상 반가운 아이템으로 남을 것 이다. 붕어 안들어간 붕어빵이지만 올해는 붕어를 몇 마리나 먹게 되려나.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다는데, 붕어빵 세 마리쯤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
20251027. 1,046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