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럴려고 계속 간 건 절대 아니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녁이 되니 일기 예보에도 없던 빗방울이 떨어지고, 잠시후 천둥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날이 추워지면서 머리 위의 대기도 바뀌는 흐름을 타고 있겠지. 새벽 무렵까지 찬바람이 들며 쌀쌀함에 이불을 둘둘 말고 있는데 낮에는 날이 풀려서 조금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주는 회사가 더워서 후드티는 불편하길래 잠바 안에 반팔을 입고 가서 있었다.
10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30일 저녁 늦게 집 앞 이마트에 갔다. 소화가 잘 되는 우유와 연어 초밥과 자잘한 것들 몇 가지를 샀다. 이상하게 할인이 많이 된 가격표를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10월 30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4일간의 쓱데이 행사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9시가 다 된 시간이라 생각보다 사람은 없었다.
금요일은 할로윈 데이라고 했다. ‘포켓몬 고’의 탑 색깔이 바뀌고 호박 캐릭터가 많이 나오길래 문득 그 주간이구나 했는데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할로윈 데이인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특별하지도, 별다른 일이 있지도 않은 평범한 날이지만. 몇 년 전 부터 축제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드는 날이기도 하다. 저녁을 먹은 후에 쓱데이란걸 알게된 와이프가 가보자고 해서 다시 이마트를 갔다. 첫 날 보다 사람이 제법 많이 늘었지만 그냥 붐비는 토요일 오후 같은 정도의 혼잡함이었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 중에 1+1이거나 50% 할인인 상품 몇 개를 골랐다.
토요일은 오랫만에 집에서 뒹굴거렸다. 새벽에 몇 번 깨서 피곤하긴 했지만 커피를 집에서 한 잔, 다시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면서 한 잔(샌드위치를 사면 커피 가격을 1/3만 받는다) 마셨다. 몇 달 만의 여유로운 오후. 외출하고 돌아온 와이프를 픽업하러 지하철 역 앞에 갔다가 급하게 어딜 가자는 말에 근처를 좀 돌아서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 많은 차가 주차장 입구에 줄지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또 이마트에 가자고 해서 지하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며 헤메다가 돌아 나왔다. 집 앞 이마트는 지하주차장과 지상주차장이 분리되어 있어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회차를 했다. 2개 층을 더 올라가서 주차를 어렵게 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볍지만 따뜻한 패딩을 하나 골라서 지하에서 줄을 서려고 보니 (쓱데이라서!) 쇼핑 카트의 줄이 이마트 매장 전체를 휘감아서 대략 100미터가 넘었다. 위층에도 계산대가 있는 것이 기억나서 올라가니 여기도 대략 50미터 이상 줄이 있지만 지하보다는 나아보였다. 20여분을 기다려서 겨우 계산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보니 4일간의 행사 기간에 의도치 않게 3일 연속 출근 도장을 찍고 물건을 사고 나왔다.
내일은 일요일이고 할인 행사의 마지막 날이니 더 많이 붐빌 것이 분명하다. 이마트 근처에 얼씬도 안할 생각이다.
내수 경기가 침체되어 있었는데 민생 지원금이 풀리고 10월말 다양한 할인 행사들이 시작되면서 조금은 활기찬 느낌이 든다. 카카오톡에서는 선물하기에서 ‘카쇼페(카카오톡 쇼핑 페스타)’라고 하며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따라하느라 이상하게 바뀐 초기 화면부터 친구 목록으로 되돌려 주면 좋겠다. 이제 곧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니 온라인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에 대한 소식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계속 으르렁대는 수준으로 천둥 소리가 들린다.
20251101. 1,639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