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까지는 동네 작은 서점을 자주 갔다. 문제집을 사러 가는 것 보다 새로 나온 책들이 뭐가 있는지 궁금한게 더 컸다. 대학에 가서는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같은 큰 서점을 자주 갈 수 있었다. 물론 집 근처에도 큰 서점이 생기면서 가끔씩 들러보기도 했는데, ‘서점갈까?’하고 생각하면 늘 교보나 영풍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코엑스에 있던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도 없어지기 전 까지 자주 갔다. 매장을 관리하는 관리자분이 학교 서점에서 알던 분이라 옮겨온 후에도 이야기하며 안부를 물을 정도로 자주 갔으니 정말 자주 다닌 것 같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고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 성공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1999년 부터 예스24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입사 후 회사에서 매달 7만원씩 자기계발비를 지원해줘서 대부분 책을 사는데 썼다. 베스트셀러 위주가 아니고 사서 뒀다가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더 많이 주문을 하다 보니 3년 만에 60cm 너비의 6단 책꽃이를 4개나 사서 채우게 되었다. 예스24에서 책을 사는 또래 중 상위 1~2%에 매년 들 수 있는 정도로 샀으니 한 달에 10에서 20여 권 씩 산 것 같다.
“더 나은 제도로 찾아오겠습니다. 뿅!” 하고 지원 제도가 없어진 후에도 계속해서 꾸준히 책을 샀다. 물론 책을 ‘샀다’고 하지 ‘읽었다’고 하진 않았다. 움베르토 에코가 평생 모은 책이 가득 찬 집을 걸어가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정도 까진 아니지만 언젠가 읽을 것 같은 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기자가 파이아키아를 만들어(최근에는 이사갔지만) 영상을 찍을 때 보면 수집한 책과 영화 관련 영상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나도 그런 서재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솟아 올랐다.
새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절판된 책들이 늘어나다 보니 슬금슬금 중고서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 알라딘은 온라인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굿즈도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아서 조금씩 알라딘 이용 횟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는 무료 배송 기준이 뭐라고. 그걸 못 채우면 주문을 안하고 더 많은 책을 찾아서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리스트는 늘 90 여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2~3년 사이에 완전히 알라딘으로 온라인 서점을 옮겼다.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출간된지 얼마 안되었으면 새 책을 담고, 1년 이상 된 책은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최상’의 조건의 책이 있는지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아주 가끔은 재고가 확인된 오프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러서 책을 사는 김에 다른 것 까지 함께 사오곤 했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일산쪽으로 갈 때 들러보는 일산점(여기는 동그랗게 2층으로 되어 있고, 아래층 가운데에 줄지어 책장을 두고 2층에는 벽면을 따라 책을 진열하고 있어서 디자인이 멋진 곳이다), 예전 살던 곳이자 회사와 가까운 분당 서현점, 그리고 집 가까운데 생긴 용인 수지점을 다녔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둔 리스트의 보관 기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오래된 것 부터 막 사라진다. 그럴때면 내가 정말 보고 싶던 책은 아니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품절 리스트로 옮겨진 책은 또 열심히 찾아서 다시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작년부터 조금씩 알라딘의 지분을 빼앗아 가는 것은 쿠팡이다. 의외로 쿠팡에 책이 많고, 판매량 순위도 높다. 찾아보니 예스24와 교보문고에 이어 알라딘을 제치고 판매량 3위라고 한다. 2019년에 천 억원이 좀 넘고 2020년에 2,500억원, 2024년에는 5천 억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공시자료를 찾아보니 2024년 예스24의 매출은 6,558억원이고 알라딘은 4,555억원이다.
물론 직매입으로 보내주는 로켓배송이 기본이고, 같은 책을 제휴 셀러인 다른 판매자가 팔 때는 배송 시간이 좀 더 걸리거나 다른 문구류를 묶어서 파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끼워주는 문구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무조건 로켓배송 옵션을 찾는다. 오늘도 알라딘에서 도서 정보와 평점 정보를 본 후에 주문할 수 있는 건 쿠팡에서 주문을 했다. 알라딘에서는 새 책 몇 권과 온라인 중고서점의 리스트에서 몇 권을 골라서 주문할 예정이다.
주문과 배송의 편리함은 온라인이지만, 우연히 만나는 책의 반가움은 오프라인에서 더 큰 것 같다.
20251103. 2,124자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