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만 자는 넘게 적었겠네..
다시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10월 11일에 ‘만작만보’로 시작을 했다. 걷는 것과 쓰는 것을 더 하면 만이라는 숫자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은 글이었다. 최대 고비는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쓰기 싫어서 하루 빠질까 생각하는 날이 있었다. 하루를 지내면서 경험하거나 생각나는 것을 적으려고 했는데, 잘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어떤 주제로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키워드 그까짓 것, 하루에 한 개도 생각이 안나려고’ 했지만 막막했다. 그 날 포스트잇에는 ‘주변의 사물부터 돌아보기’라고 적었다. 글감으로 삼을 것이 없는게 아니라 생각이 안나는 것이 분명하니까.
맥미니에 전원을 넣고 화면을 정리하면서 키워드를 생각하려니 좁아지는 것 같아서, 키워드를 하루 종일 떠올릴 수 있도록 여기저기에 알람을 등록해 두었다. 아침에는 (얼마전 소개했던) Daygram으로 두 줄 짜리 생각을 적고, 저녁에는 아이폰 미리알림에 천 자 글쓰기를 등록해 두었다. 생각의 워밍업을 하면 조금 더 잘 떠오른다.
매일 10시 전후로 시간에 맞춰서 글을 쓰려고 하는 중이다. 늦게 마무리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록 조회수나 ‘라이킷’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본다. 주말에 조금 일찍 글을 올린 날이 있었는데 비교해보니 늦을수록 잘 시간이라 반응도 약해진다. 당연한 시간의 결과지만.
조금 부지런하게 키워드를 잡고 글을 쓰면 좋겠지만,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를 타서 서재에 앉으면 시간이 대략 그렇다. 매번 티비를 켜고 구글 크롬캐스트를 이용해서 유튜브를 틀어서 훑어보다 보면 다시 글쓰는 것에 쫓기는 마음이 된다. 긴 음악을 골라서 유튜브로 재생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넣으면 비로소 글쓰기 모드로 들어간다.
스마트폰, 티비, 컴퓨터는 순차적으로 관심을 빼앗아 가고, 유튜브, 인터넷, 클래시로얄, 네이버까지 몇 분의 시간을 가져간다.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 많은 방해꾼들을 거쳐서 이겨내면 드디어 8자리 날짜를 적고 키워드를 마음속에 담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키워드를 먼저 잡고 제목을 쓰고 글을 적었는데, 요즘은 내용을 적고 마지막에 제목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키워드에서 출발하지만 생각의 흐름대로 적다보면 처음 제목을 그대로 두지 않고 수정하게 되니, 차라리 마지막에 적는게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더 낫다.
애플용 글쓰기 도구인 베어(bear)로 다른 창의 방해 없이 글을 쓰고 복사한 후에 글자 수를 본다. 창을 바꿔 브런치에 붙여넣고 제목을 옮긴 후에 마지막 줄에 날짜와 글자 수를 적어 마무리 한다. 마지막 복병은 브런치의 세 단어 키워드를 고르는 일인데, 왠만한 단어는 잘 없어서 고민하게 만든다. 키워드를 직접 등록할 수도 없으니 좀 답답한 선택이 되곤 한다.
20251110. 1,364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