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사진찍고 마당을 둘러보고 커피 한 잔 까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길을 넘어 경부고속도로를 조금 달려서 예술의전당에 갔다. ‘만차’라고 뜬 안내를 보며 주차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주차장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차 한대가 나오면서 1분도 안걸려서 자리를 잡았다. 예술의전당에 온 이래 가장 빠른 주차를 하는 행운을 누렸다.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전시를 9월에 예매해 두었는데, 얼리버드 티켓이 11월 21일까지라서 주말을 골라 보러 왔다. 주차를 쉽게 했으니 여유있게 예술의전당 마당을 둘러보며 단풍든 맑은 하늘 사진을 찍고, 서예박물관 1층의 한정식집인 ‘담’에서 점심을 먹었다. 2시 정도에 웨이팅을 3팀 기다려 들어갔는데 사람이 많았고, 식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이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주차를 쉽게 한 행운에 잠시 잊었나보다.
바람은 제법 불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고 마당을 지나며 사진을 찍다가 오페라하우스에 잠시 들어가 앉아 있었다. 바로 앞 카페에도 줄이 제법 길어서 자리 잡을때 들어간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시는 동안에야 겨우 음료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한가람미술관은 10월 부터 공사중이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보려고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입장을 하는데 사람들이 가득히 줄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건 무슨 줄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들어가보니 테블릿으로 웨이팅을 걸어야 했고, ‘입장하실 차례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아야 예매 티켓이나 현장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일단 웨팅을 걸었더니 예상 대기시간이 126분이라고 떴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이럴줄 알았으면 도착하자마자 웨이팅을 걸고 점심을 먹었을텐데 순서가 잘 못 되었다.
웨이팅 번호를 받고 출구앞 아트센터에서 이번 전시의 도록을 살펴보았다. 세잔과 르누아르를 중심으로 인물, 정물, 풍경 등을 비교 전시하는 형태였는데 유화는 51점이 왔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도쿄 아티존 미술관에서 보았을 때 보다 컬렉션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잠시 고민한 후에 그냥 돌아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고객님, 입장하실 차례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60분 정도 대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마 중간에 등록만 하고 돌아가는 나와 같은 케이스가 제법 있었을 것 같고, 입장 마감도 많이 남지 않은 오후라서 포기한 사람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서울로 드라이브를 하고 단풍 구경을 한 후에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20251109. 1,243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