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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샤블리

가을에는 화이트 와인의 매력에 빠져보자

by 이웃의 토토로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가을이다. 출근길은 바쁜 걸음을 하며 지하철 시간에 맞춰서 가는데 신경을 쓰느라 바닥에 쌓여가는 낙엽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물론 이른 시간부터 나와서 낙엽을 쓸고 계신 미화원 덕분에 더 깔끔한 출근길이다. 퇴근길은 조금 여유가 있어서 발걸음도 살짝 느려지고 주변의 풍경에도 눈길이 더 간다. 오후 내내 쌓인 낙엽도 조금은 더 많이 볼 수가 있다. 아직은 나무에 남은 나뭇잎이 더 많지만 찬바람이 좀 더 불어오고 기온이 내려가면 바닥으로 더 많이 떨어질 것이다.


집 근처나 회사 주변에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많이 있다. 줄지은 가운데 몇 그루는 햇살을 더 많이 받아서 유난히 노랗게 물들어 있다. 다음주면 대부분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 낙하를 준비할 것이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정모관장님이 은행나무에 대해서 설명하는 걸 봤다. 여러 번의 동식물 멸절을 거치는 동안 살아남은 식물이 은행나무고, 종속과목강문계의 분류에서 은행나무는 단일한 하나의 계통만 남아있다고 한다.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은행나무 자체고(굳이 둘 중에 하나면 침엽수에 가깝긴 하지만), 가로수에 어울리는 강인한 적응력도 가지고 있다며 다른 가로수종과 비교를 해 주었다. 가을에 노랗게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은행나무다.


낙엽이 지는 가을이 되면 화이트 와인이 좋아진다. 보통 샴페인 처럼 스파클링이 있거나 달달한 것으로 화이트 와인에 입문하게 된다. 영화에서 파티를 할 때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샴페인이 많이 등장하는데, 상파뉴 지방에서 나는 샴페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와 스푸만테,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처럼 같지만 다른 이름들이 많다. 모스카토 다스티를 제일 많이 경험했는데 너무 달지 않고 거품이 나는 것이 가볍게 마시기에 딱 적당하다. 달달한 것으로는 빌라M이 설탕물 같았고, 스위스나 캐나다의 아이스와인과 헝가리 와인으로 유명한 토카이 와인도 엄청 달달한 와인이다.

단맛을 지나면 과일향이 풍부하거나 은은한 향이 나는 화이트 와인으로 넘어가는데, 샤도네이나 쇼비뇽 블랑은 적당한 산도가 있는 언제나 괜찮은 선택이다. 조금 맛과 향이 연해지면서 리슬링도 입맛에 맞아서 많이 선택했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드라이한 샤블리다. 처음 접했을때 향도 많이 없고 입안에 머금고 넘겼을 때가 기억난다. ‘이건 뭐지? 아무 맛이 안나는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입안에서 은은하게 남는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루이자도 샤블리를 처음 마셔보았는데 그 뒤로 항상 화이트 와인이 마시고 싶을때 기억나는 와인이 되었다. 이번 주에 좋은 샤블리가 있어서 두 병을 사서 차갑게 잘 넣어두었다. 날이 조금 더 추워지면 저녁에 꺼내서 마셔볼 생각이다.


모든 화이트 와인의 품종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해 본 위주로 적어보았다.


20251108. 1,402자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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