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디지털화와 아날로그

가장 인간다운 방법으로.. 남고싶다

by 이웃의 토토로

아주 오래전에는 어른들이 겪은 일을 전달해 주는 경험이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읽고 쓰게 되면서 경험은 문자를 통해서 기록이 되고 다시 후대에 전달이 되었다. 기록된 경험은 틀린 내용도 있고 계절이나 지역이 달라지면서 맞지 않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미신으로 남은 내용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앞선 세대의 기록된 경험은 쌓여서 지식이 되었다.


지식이 존중받던 시대에는 구전과 함께 기록된 내용이 중요했고, 그래서 중요하게 기억해야할 내용은 글로 적어 기록을 만들었다. 돌에 힘들게 새긴 내용은 꼭 필요한 것을 골라서 적었을 것이고 대나무에 쓴 책은 부피와 무게가 상당했으니 정말 중요한 내용을 적었을 것이다.


종이가 발명되면서 가볍게 글을 적을 수 있었다. 내용도 조금 가벼운 일상이 들어가고,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 되어 필사를 통해서 몇 몇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필사를 하는 것은 시간을 가지고 끈기있게 적어 내려가는 고단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책을 제본하여 많은 양을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지식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그것을 읽기 위한 공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할 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아날로그로 전달되는 지식이 디지털화가 되면서 데이터베이스로 쌓이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읽어낼 수 있는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디지털 지식이 쌓이고 있다. 인터넷은 이렇게 쌓인 지식을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이 종이 위의 기록으로 남고, 디지털로 변환되어 컴퓨터가 처리하게 되면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가 되었다.


LLM이 학습을 위해서 중고서적을 수 백 만권 구입한 후에 책등을 짤라서 스캔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스캔된 책들은 종이조각이 되어 버려졌다. 책을 쓴 저자들과 출판사들은 지식을 그냥 넘겨주었다. 미국 법원은 책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정당했다는 판결을 했다. 누군가(컴퓨터나 기계라도) 책을 읽은(스캔해서 디지털로 바꿔서라도) 것이니까.


세상의 모든 지식이 디지털로 바뀌어 있지는 않다.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디지털로 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에 인간답게 남은 것은 아날로그의 불편함(?)이 아닐까.


지금은 생각을 정리하고 글자를 예쁘게 쓰는 연습을 위해서 필사를 한다. 다이어리를 쓰고 노트에 필기구로 적어가는 것이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 것 같다.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읽는 것의 차이는 감각과 함께 머릿속에 기억되는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으로 글자를 더 많이 적어야겠다.


20260205. 1,310자를 적었다.

매거진의 이전글기후의 상대적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