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스쳐간다.

by 이웃의 토토로

살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반복한다.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 학교에서는 동기들과 선후배들, 회사에서는 팀원과 부서에서 업무로 연관된 사람들. 이들과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쌓는다. 어린 시절에는 만나는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점점 다양한 사회를 경험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평생에 스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기억할 수 있는 인연이 150명 내외라고 들었다. 기억하는것과 친하게 친구로 지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 친구로 남기는 사람은 훨씬 작아서 30명 미만일 것 같다. 평생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일꺼라는 통계적인 이야기도 기억이 난다. 5를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2의 범위니까 3명에서 7명 사이가 되겠다.


그 시절 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어지는 인연은 시간이나 장소가 어긋나거나 멀어지는 순간 관계도 멀어지게 된다. ‘시절인연’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된다. 적당한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사이, 하지만 돌아서면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관계.


가끔 보고싶은 시절인연들이 있다. 강렬한 추억을 함께 나눈 사이거나 다른 사람보다 더 길게 가까이서 지내면 정이 쌓인다. 나이가 들수록 외부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워진다. SNS에서 다소 느슨한 관계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될 수는 있어도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쉽지 않다. 그럴때 시절인연을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갑다.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시절인연을 이어가던 몇 사람과 이별을 했다. 나는 아직 그자리에 있고 사람들이 떠났다. 인사를 나누고 설이 지나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붙잡고 싶던 인연이지만 글을 보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지우고 잊기로 했다. 그와의 시절인연은 딱 거기까지였을테니까.


나이가 들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게 되었다. 함께 했던 그 시간만큼 정성을 다 하고, 그 다음은 이어지는 인연이 아니었음을 빨리 깨닫는게 마음을 정리하고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길고 오래 곁에 남는 것은 결국 가족이다. 그리고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이웃사촌이 되겠다. SNS에서 20년 가까이 알게 되어서 현실에서도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과도 관계가 연결되어 있는 동안에는 꽤나 잘 지내고 있다. 어느날 계정에 더이상 닿지 않게 되면 조용히 잊혀지겠지만.


오늘도 희미해지는 인연과 새로 밝아지는 인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20260306. 1,274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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