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끔은 정말 묻게 된다. 신이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신’이란, 실제로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어루만지고 계신 걸까. 믿으려 했고, 믿어왔고, 믿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을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신이 있다면 왜 나에게만 이렇게 길을 가리켜 주지 않는 걸까. 왜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걸까.
누구는 마치 예정된 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기회를 알아보고, 망설임 없이 선택하고, 그 선택 위에 경력을 쌓고,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고, 무언가를 이루어낸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는데, 같은 시기에 사회에 나왔고, 비슷한 열정을 품고 시작했는데, 왜인지 내 걸음은 자꾸만 엇나가고, 멈추고, 되돌아가고, 혼자만 길을 잃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아니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걸까. 어쩌면 애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선 채, 나만 모른 채 여기까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그렇게 한참을 걸어온 사람처럼 지쳐 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고, 어느 날엔 그 누구보다 잘 버티고 있다고 믿었지만, 막상 돌아보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고, 성실하다고 해서 보답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고개를 숙이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저 이렇게 묻게 되는 것이다. 신이 있다면, 그분은 지금 나를 어디로 이끌고 계신 걸까. 아니, 그분은 정말 나의 삶을 지켜보고 계시기는 한 걸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다 지나갈 거야.”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 하지만 스스로를 돕기 위해 애써온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길목에 멈춰 서 있다. 주변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나만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면서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기에 결국은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신이 있다면, 지금쯤은 알려주셔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도 어떤 사인이든, 작은 신호라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위로라도. 하지만 그런 건 쉽게 오지 않았다. 어쩌면 애초에 그런 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신은 있되 그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일지도. 더 이상은 종교적인 대답으로 내 감정을 누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시간 속에서, 누구의 위로도 닿지 않는 고요 속에서 묻고 있는 것이다. 정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는 이제 어디로 걸어야 하는지를.
물론 완전히 절망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직까지도 어딘가에는 길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조금은 품고 있다. 다만, 그 길이 지금 당장 보이지 않아서 막막한 것이고,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지쳐버린 것뿐이다. 불안이 계속 마음을 잡아당기고, 체념과 받아들임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곤 한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성장이라 부르겠지만, 때로는 성장도 그냥 아픔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묻는다. 나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신이 정말 계시다면—부디 나에게도 조금은 귀를 기울여주시길.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조용히 길을 가리켜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