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언제부턴가 나는,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일에서 은근한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굳이 웃기려 들지도 않았고, 그런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말보다 생각이 앞서고, 농담보다는 논리가 익숙했던 시절엔, 그저 조용히 나를 지키는 쪽이 더 편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튀지 않는 것이 나다운 모습이라 여겼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긴 설명보다 훨씬 깊은 신뢰를 만든다는 걸.
요즘의 나는 누군가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일 때, 그 순간의 공기가 얼마나 따뜻하게 변하는지를 안다. 그래서 조금은 익살스러워지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진지했던 말투에 부드러운 농담을 섞어보고, 괜히 엉뚱한 말을 건네며 옆 사람의 표정을 살핀다. 상대가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이 풀릴까, 그 짐작을 해보는 일이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맞아떨어졌을 때, 말 한마디로 방 안의 공기가 살짝 환해지는 그 느낌을 나는 좋아하게 되었다.
어릴 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사람을 웃게 하겠다는 욕심보단, 실수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앞섰고, 무언가를 유쾌하게 풀기보단 정확히 설명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정확함보다 유연함이, 조심스러움보다 따뜻함이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든다는 걸. 그래서 나는 내 말투를 천천히 바꾸는 중이다.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진심이 전해지되 분위기는 가볍게. 말의 힘으로 공기를 바꾸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따금은 그런 변화가 어쩐지 ‘아줌마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졌고, 사소한 일에도 “아유, 그랬구나~” 같은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쓴다. 괜히 말을 끝맺지 않고 여지를 남기기도 하고, 한마디 덧붙여 상대의 기분을 들어올려주기도 한다. 어쩌면 예전의 나였다면 낯설어했을 모습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게 참 괜찮다. 내가 먼저 부드러워질수록, 내 주변도 조금은 더 편안해진다는 걸 느낀다.
사람을 웃게 하겠다는 건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그건 상대를 먼저 읽겠다는 마음이고, 다정한 리듬으로 대화를 맞추겠다는 의지다. 어쩌면 나는 지금, 그 다정함을 천천히 익히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불쑥 불어오는 초가을 바람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 말투와 표정이 바뀌고 있다. 웃음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한다. 지금의 나는, 그걸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