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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Oct 21. 2020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취향이 맞다면 통하겠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어떤 사람에게 재밌을까?

차우, 시실리 2km 등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돌아왔다. 신정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지난달 29일 개봉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고작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160만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끝났다.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게 컸다. 초반 에그지수는 80% 초반대에 머물렀고 담보, 국제수사 등 다른 코미디 영화에 밀리며 그대로 무너졌다. 


우선 영화는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이 지구를 지배하려 한다는 기본적인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대장인 만길(김성오 분)이 아내이자 주인공인 소희(이정현 분)를 죽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소희는 처음엔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걸 잡으려 할 뿐이었다. 그러나 소희가 의뢰했던 닥터 장(양동근 분)이 남편은 2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는 '언브레이커블'이란 존재라는 걸 알려주며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된다. 동시에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든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역으로 남편을 죽이기 위한 계획을 시작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며 소희의 동창인 양선(이미도 분), 세라(서영희 분)가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셋이 무슨 짓을 해도 언브레이커블은 죽지 않고, 요원들이 뛰어들어 싸움을 걸어도 죽지 않는다. 약점인 전기를 날려 죽이려 시도해도 죽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들은 언브레이커블이다. 영화는 이름값을 충실히 하며 결말로 다다른다. 그리고 그 결말은 너무나도 허무하다.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곳곳에 숨어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보통의 코미디 영화가 웃음을 주는 대사를 통해 관객들을 웃긴다면 이 영화는 관객이 직접 찾도록 유도하는 느낌이다. 된장찌개에 방울토마토가 들어있고, 한약방의 약재 서랍이 스마트 기기처럼 열리며 언브레이커블은 얼토당토않는 외계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진지하다. 진지하게 이상한 짓을 하고, 진지하게 웃긴 행동을 한다. 마치 병맛 만화 속 주인공 같다. 이는 감독의 전작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신정원 감독의 차우(2009)에서 백 포수(윤제문)는 자신의 개와 러시아어로 대화한다. 놀랍게도 그 개는 러시아어를 하며 백 포수와 대화한다. 둘 모두 진지하지만 관객들에겐 웃음이 나온다. 의도되지 않은 것처럼 담백한 코미디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병맛은 너무 뻔했던걸까. 신 감독은 2004년 '시실리 2km'를 찍을때만 해도 너무 이른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20년이 돼도 일렀다. 관객들은 병맛 코미디에 집중하지 않았다. 관객들의 시선은 디테일, 영화의 설정으로 향했다.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건 영화 속 설정의 모호함에 있다. 언브레이커블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지, 어떤 행동을 하는 지, 소희와 그녀의 친구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요원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는 110분간 시종일관 병맛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영화의 결말은 너무 허무했고, 안 그래도 부실한 설정으로 화나있던 관객들의 심지를 건드렸다. 병맛이 통하는 사람들에겐 재밌는 영화가 됐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병맛에 익숙치 않다. 이 영화는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방울토마토가 들어간 된장국 같은 영화다.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다. 넬순 도르마~로 알려진 노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수차례 어이없는 상황에서 등장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병맛을 좋아한다면 봐도 좋을 영화다.


영화를 평가하자면

인생영화/기억에 남는 명작/매우 재밌었던 영화/호불호 갈리는 영화/많이 별로인 영화/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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