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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Feb 26. 2020

지푸라기, 초반을 제물 삼아 만든 장르영화의 쾌거

소네 케이스케가 집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단 하나의 목표를 노리고 다투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범죄물이라 해도 될듯 하다. 세관 공무원으로써 여자친구가 실종된 후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태영 (정우성),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며 힘겹게 살아가던 중  라커룸에서 돈을 발견한 중만 (배성우), 능력없단 이유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미란 (신현빈)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추리할 여지를 남긴다. 


---------------------------------스포일러 절취선 ----------------------------------------------------------


영화는 시작부터 중만이 일하고 있는 사우나의 TV 속 뉴스기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단서와 의혹을 함께 남긴다. 영화상으론 중만이 돈가방을 발견하는 행동이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사건 상으론 최후반부나 되서야 등장하는 일이다. 이러한 흐름전개가 주는 장단점은 명확하다. 모든 실체가 밝혀진 후 영화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전까지 무료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을 보게하여 관객들의 흥미를 낮출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진다. 실제 관람객들도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가 등장하기 전인 3장까지의 서사를 혹평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영화를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전도연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원작소설에서 차이를 둔 각색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실제로 감독 김용훈은 " 소설의 독특한 구조가 소설로선 재미있지만, 영상화시킬 때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영화의 뼈대를 다시 세워야 했죠. 원작은 인물들이 태영(정우성), 중만(배성우), 미란(신현빈) 세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균형으로 끝까지 가요. 저는 중간에 끊고 연희를 등장시키는 걸로 좀 바꿨죠." 라고 말했다. 감독이 초반부를 희생하며 중반, 후반을 향한 제물로 삼은 샘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그 도박이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전도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도연은 사람을 녹이는 미소와 눈빛으로 눈하나 깜짝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배우다. 극중 형사(윤제문)가 태영의 집에 멋대로 들어가 연희와 독대할 때, 그리고 형사가 연희를 떠보며 어렴풋이 그녀가 범인임을 아는 듯 행돌할 때 그녀는 모르는 척하며 과일을 깎았지만, 나는 연희가 언제든지 칼을 들고 형사를 찌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태영이 맥주를 사러 갔다온 후 현실이 되었다. 정우성에게 뒤통수를 맞아 기절한 후에도, 정우성이 차에 치여죽어 돈가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도, 두만 (정만식)과 함께 돈가방을 찾으러 간 후에도 나는 그녀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그녀의 카리스마의 제압된 거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메기(배진웅)의 칼에 찔린 이후에도 생존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한 찬사 말고도 데뷔작으로 전개 빠른 스릴러를 뽑아낸 감독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영화는 각색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많이 쳐냈다. 중만이 돈가방을 놓고 고민하는 개인사를 최대한 줄였고, 미란의 처지를 대화 몇번으로 설명하게 만들었다. 108분은 지치지 않게 영화를 볼수 있는 적절한 시간이다. 무리한 비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을 본 것 같았다. 수작이라 생각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해결되길 바라면서 감독 김용훈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영화를 평가하자면

인생영화/기억에 남는 명작/매우 재밌었던 영화/호불호 갈리는 영화/많이 별로인 영화/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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