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과학이 주는 위로를 주제로 한 글쓰기는 꽤 오래 전에 계획했다. 대전 모처의 카페에서, 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들과, 30분보다 짧았던 3시간 만에.
습관대로 검색을 먼저 해봤다. 이것은 과학자로써의 습성이다. 무언가를 말하기에 앞서 늘 선행된 보고를 찾아보곤 한다. 안 나온다. 구글에 ‘과학이 주는 위로’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위로하는 법’ 정도는 나온다. 과학이 주는 위로를 직접 느끼고 있는 내 경험이 (또는 그것을 불특정다수와 공유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드문 일인지 느껴졌다.
내가 대중 대상의 과학문화확산 활동을 한 지 올해로 4년이 되었다. 그동안 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늘 의심하는 삶을 살아온 나는 무언가를 단정짓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 하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나는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과학을 이성의 눈으로 바라본다. 나도 그랬다,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던 시절에는. 그때는 과학이 경이롭기는 했지만, 한켠으로는 상처였다. 과학이 내게 주던 것은 그저 좌절이었다. 학계를 완전히 떠난 뒤에도 차마 과학을 온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아파하던 내게, 언젠가부터 과학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과학은 따듯했고, 위로였다.
과학은 한때 내가 나를 가장 혐오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내가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학은 변하지 않았다. 과학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을 뿐이다.
굳이 따져보면 그리 못난 것도 없는 나인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살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온 세상이 나를 몰아세운다. 내가 괜찮다 해도 아니라 하고, 내가 좋다고 해도 틀렸다 한다. 그런 세상에 치여서 힘든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과학 이야기. 과학이 주는 위로, ‘괜찮아, 과학이야’,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