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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쓰 Eath Nov 05. 2019

리쥬란 힐러는 어떻게 내 꿈을 이뤄줬는가 (상)

 과학이 이뤄주는 꿈이라는 게 꼭 그리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안팎으로 이래저래 흔들리는 요즘이다. 올초에 협력사 직원을 하나 만났다. 작년에 봤을 때 10년 가까이 같이 살던 여자 친구랑 결혼 준비 중이라고 했었다. 내내 눈밑이 시커먼 것이 일이 바쁜가, 결혼은 하셨나 싶어 회식 자리에서 술 한 잔 하며 그간 어찌 지냈냐고 물으니 헤어졌단다. 상당한 연상에 전 남친과의 아이도 하나 있던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결심했을 때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대뜸 헤어졌다니, 너무 놀랐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잠깐 고였는데, 그 앞에서 눈물까지 짜는 건 좀 웃기니 참고 그냥 한 번 안아줬다.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프네 하면서.


     오늘 또 다른 협력사 직원을 만났다. 늘 일이 바쁘고 고된 사람이지만 유난히 얼굴이 어두워보여 ‘요즘 홍콩 영향은 없으십니까’, ‘회사에 별다른 이슈는 없습니까’ 하는데 다 괜찮다길래 ‘어찌 잘 지내십니까’ 하니까 이혼 중이란다. 12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중인데 덕분에 올해 내내 너무 힘들단다. 살이 다 빠졌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법 만족한단다. 


     본인이 이혼을 고려하고 있거나, 배우자와 유난한 트러블을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나라는 인간은 매사 가만 두면 문제없을 것을 의심하고 들쑤셔서 일을 만드는 고약한 버릇이 있으므로 이 결혼에 대해서도 ‘과연 결혼이라는 제도가 합리적인가, 아니 애초에 이걸 정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따위의 물음에 골몰하던 차에 지인들의 이혼 소식이 자꾸 들려오니 저 생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를 못하는 요즘이다.


     본인은 ‘원래 그래야 돼’, ‘그건 무조건 그래야 된다’, ‘당연히 그래야지’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런 말을 하는 인간들이랑은 말을 섞기가 싫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게 세상에 뭐 얼마나 되나. 특히나 그치들이 말하는 그 당연한 것들은 본인 입장에서는 절대 당연하지 않고,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 다른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결혼했으면 무조건 부부가 같이 다녀야지’, ‘결혼했으니까 애는 낳아야지’ 따위의 되지도 않은 소리였다.)


     아무튼. 결론은 그거다. 세상은 변한다는 거다. 과거에 절대 안 되던 일이 흔해지고 가능해지는 세상이다. 과학 덕분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실시간 무료 영상 통화가 가능해졌다. 어느 성공한 사업가는 우주여행을 관광상품으로 내어 놓았다. 완전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본인 개인적으로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과학의 힘을 통해 가능해져서 그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본인은 피부가 썩 좋지 않다. 특히 얇다. 혹자는 본인의 피부를 ‘습자지 같이 얇아서 온갖 표정들이 주름으로 고스란히 남는 피부’라 했다. 그 말을 듣고 본인이 어떻게 반응했느냐. ‘아이고 선생님 식견이 탁월하십니다. 정말 전문가시네요.’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날, 본인에겐 이룰 수 없는 꿈이 하나 더 생겼다. 도톰하고 잔주름이 지지 않는 피부를 갖는 것. 그러고 살다 보니 어느덧 잔주름이 아니라 깊은 주름을 걱정하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본인은 피부과 관리는 특별한 사람들만 받는 것인 줄 알았다. 아니면 외모를 가꾸는 데에 환장했거나. 특별하지도 않고, 해도 안 될 외모를 애초에 포기하고 살던 본인이 피부과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제아무리 얼굴이 총체적 난국이라도, 와 이건 진짜 너무하다 싶은 포인트가 하나씩 있다. 난 그게 왕점이었다. 남들은 왕점이 아니라지만 본인에겐 왕점이었다. 그 점을 빼러 피부과에 갔었고, 간 김에 레이저로 온 얼굴의 점을 지졌고, 그 점 하나 뺐다고 남들은 뭐가 달라졌는지 눈치도 채지 못했지만 본인은 얼굴이 다시 태어난 듯한 환각에 취했다. 세상에 뭔 놈에 시술이 그리도 많은지. 다음은 뭘 해볼까 하면서 찾아보는데 검색을 할 때마다 듣도 보도 못한 시술들이 쏟아져 나온다. 강남의 그 많은 피부과들이 떼돈 긁어모으는 게 이러한 성실함이 있어서구나 했다.



     우연히 검색에 걸린 것이 리쥬란 힐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부를 도톰하게 만들어준단다. 세상에. 본인의 오랜 꿈이 과학의 힘을 빌어 실현되는 것인가! 바로 예약했다. 유튜브 무시무시하더라. 얼굴을 바늘로 수십 번을 쑤셔대는데 피가 막 나고, 시술받고 나온 여자 BJ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엉엉 울더라. 본인도 굉장히 긴장했다. 총 2 cc를 눈 밑, 입가, 양 볼에 적당히 나눠서 맞았고, 1차 시술 후 4주가 지난 뒤 2차 시술을 동일하게 받았다. 그리고 대충 며칠이 지났다.


Q. 아픈가? 

A. 글쎄. 아프긴 한데, 견딜만했다. 정확히 바늘로 쑤시는 고통은 아니다. 리쥬란 힐러는 진피층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바늘을 눕혀서 옆으로 찔러 넣는다. 진피층 자체의 두께가 몇 미리 되지 않는다. 어떤 느낌이냐면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피부를 얇게 저며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약물을 주입하면 또 다르게 아프다. 내가 이거 자세히 느껴보려고 원장님이 쑤실 때 한껏 집중했다.


Q. 너 같은 엄살쟁이가 어떻게 견딜만했나?

A. 신경마취를 했다. 병원마다 다른 거 같은데, 본인이 간 병원에서는 마취 크림 외에 신경 마취를 해준다. 신경 마취를 했다고 해서 온 얼굴이 마취제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고, 약물이 주입된 부분 주변으로 얼마간 상당한 덕을 본다. 본인은 신경마취가 확실히 된 부분은 확실히 그냥 찔끔 아팠다. 대신 마취 크림만 바른 부분은 앞서 말한 생피부를 포를 뜨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뭐가 됐든 원장님께 없는 죄도 만들어서 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Q. 만족하나?

A. 만족한다. 그러니 얼굴에 바느질하러 두 번을 갔지. 세 번째 시술 비용도 이미 다 내고 왔다. 


Q.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가?

A. 확실히 건조함이 개선되고, 화장이 굉장히 잘 먹는다. 1회 시술 후, 만져 보았을 때 피부가 살짝 도톰해진 느낌이 있었고, 예전처럼 난 그냥 기분 좋은데 되게 주변 사람 숙연하게 만드는 칙칙함이 사라졌다. 지금은 2회 차 시술 후 피부가 회복되는 과정이므로 이렇다 말은 못 하겠지만, 살이 좀 쪄 보일 정도로 피부가 차올랐다.


Q. 인터넷 후기처럼 그렇게 되나?

A. 본인은 절대 그 정도는 아니다. 시술 전 유명 유튜버 영상도 봤는데, 암만 생각해도 사실 같지가 않다. 시술 후 회복되는 정도야 개개인에 차이가 있겠지만, 바늘로 얼굴을 수십 방을 저며놨는데 그 흉터마저 남지 않고 시술 바로 다음날 꿀광, 윤광 난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그 정도의 회복력을 가진 피부라면 너무 부럽다. 본인은 이게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다. 그 사이에 조바심이 났다. 왜 다른 사람들 후기랑은 다르지 하며, 내 피부는 이 바느질 50방으로도 안 되는 개노답 피부인가 했는데, 상처가 일단 낫고 나니 확실히 좋아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얼굴에 각질 올라오고 딱지 만져지고 그런다. 신경 안 쓰인다. 상처 나면 피나고 딱지 생기고 새살 돋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니.


Q. 부작용은 없나?

A. 아직은 모른다. 도톰해진 게 신기해서 자꾸 얼굴을 만져대는 게 문제다. 개인적으로 매번 무서운 건 2차 감염. 그래서 시술받고 며칠 정도는 엄청 신경 쓴다. 유난히 빨개지거나 다른 곳과 다른 표현형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지 하는 것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얼굴에 집어넣은 게 도대체 뭐길래 진피층의 두께가 즉각적으로 증가하는 것인지. (본인이 피부에 대해서 ‘즉각적’이라고 하는 그 시간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즉각’과 상당히 다르다.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르자마자 나흘 만에 얼굴 하얘지는 미백 크림 따위를 찾는 사람이다.) 그래서 좀 찾아보았다. 사실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나쁠 것 없는 리쥬란 힐러가 피부를 채우는 원리에 대한 글은 다음 편에서. 왜 자꾸 추잡스럽게 별 내용도 없는 글을 두 편, 세 편으로 나눠 쓰냐고 욕하면 할 말은 없다. 사실이니까. 근데 보면 알겠지만 인트로에 해당하는 상 편은 별다른 자료 조사 및 확인 없이 그냥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막 써제낄 수 있는 글이고, 하 편은 그 의심하는 버릇 때문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해야 되는 내용이다. 둘을 하나의 글로 붙여서 쓰게 되면 인트로도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상 편을 먼저 써서 올려놔야 남들한테 욕먹을까 겁나서라도 내가 하 편을 쓰게 된다. 그러니 하는 짓이 추잡스럽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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