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무기력과 죄책감

7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날,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나였다

by 유진오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이 무겁고, 머릿속은 멍하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소파에 그대로 눌린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한 채로 앉아 있었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움직이지 않는 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또 이렇게 하루를 망치는 건가.’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나를 혼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안 된다고.


그러면서도

무기력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에게

더 화가 났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어폰을 꽂고 천천히 걸었다.

햇빛이 부드럽게 뺨을 스쳤고,

가로수의 그림자가 발밑을 따라왔다.


그 순간 나는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단순한 행위가

엉켜 있던 생각들을

조금씩 풀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건 나약한 게 아니다.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다.


한동안 그걸 믿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면

더 흐트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천히 걷고,

몸을 움직이고,

바람을 느끼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아주 작은 다정함을

나에게 건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필라테스 매트를 꺼냈다.

간단하게 몸을 늘리고,

호흡을 정리했다.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몸 안의 긴장이 아주 조금 풀렸다.


완전히 나아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다이어리에 적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결국 나를 돌보고 있었다.”




오늘의 여백

혹시 아직도 자신에게만은 너무 모질지 않았나요?

그 마음을 이곳에 조용히 내려놓아 주세요.

그 말 한 줄이,

당신을 오늘 하루 더 숨 쉬게 해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