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감추는 사람의 얼굴

4화 괜찮다는 말 뒤에 감춰둔 진심

by 유진오

나는 자주 웃었다.

억지로가 아니라, 습관처럼.


“괜찮아.”

“아니야, 별일 아니야.”

그 말들이 입에 먼저 붙었다.


상대를 안심시키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나를 숨기는 말이기도 했다.


감정을 말로 꺼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입 밖에 내면

뭔가 더 커질 것 같았다.

그래서 눌렀다.


그러다 어느 날,

나조차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무슨 감정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누가 “요즘 어때?” 하고 물으면

나는 잠깐 멈칫하다

“그럭저럭.” 하고 웃었다.


『감정의 역설』에서 캐럴린 사아니는 말한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드러날 뿐이다.”


내 안의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때로는 피로로,

때로는 이유 없는 무기력으로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걸 처음 눈치챈 건 가까운 사람이었다.

“요즘 더 괜찮아 보이는데…

그래서 조금 걱정돼.”


그 말에 나는 조금 무너졌다.

처음으로 말했다.

“조금… 힘들었어.

그런데, 말하고 싶지 않았어.”


그 말 하나 꺼내는 데 오래 걸렸다.


그날 이후,

감정을 다 말하지는 못해도

숨기지 않으려 했다.


“오늘은 좀 울적해.”

“마음이 좀 복잡해.”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안전기지』에서 존 볼비는 강조한다.

“사람은 진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안에서

비로소 정서적 안전을 느낀다.”


나는 아직

모든 감정을 꺼내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 감정이 거기 있다는 걸

나 스스로는 안다.




오늘의 여백

오늘, 당신은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보냈나요?

‘괜찮아’라는 말 뒤에 감춰둔 마음이 있다면

이곳에 조용히 내려놓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