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무너짐

2화 아무 일도 없는 날, 마음이 조용히 무너졌다

by 유진오


오늘 하루는 아무 일도 없었다.
누가 다그친 것도 아니고,
별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침부터 이상했다.
숨이 조금 가빴고,
말수가 줄었고,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늘 듣던 노래가 갑자기 버겁게 느껴지고,
익숙한 길 위에서
왠지 낯선 감정이 올라왔다.


작은 실수 하나에 가슴이 철렁였고,
누군가의 “괜찮아?”라는 말이
도리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벽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그만 좀 버텨’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지금의 이 무너짐은,
소리도 경고도 없이 찾아온 감정의 진동이었다.


심리학자 매튜 키퍼는 말했다.

“정서적 혼란은 비정상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나는 그동안 많이 웃었고,
괜찮은 척했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표정 뒤에서
감정은 차곡차곡 밀려 올라왔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문이 닫힌 공간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아무 울음도 없이
그 감정은 조용히 무너졌다.


누군가 그걸 보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왜 그래?”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무너짐은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래 쌓인 이유가 겹겹이 얹힌 결과라는 걸.


무너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무너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오래 버텼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무너지면서도
끝까지 앉아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오늘의 여백

조용히 무너졌던 하루가 있으신가요?

그날의 마음을 꼭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기에 조용히 남겨주세요.

누군가는 그 침묵의 무게를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