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하루는 간다

1화 무너지는 마음으로도, 하루는 흘러간다

by 유진오


오늘도 눈을 떴다.
기적처럼, 혹은 겨우.


눈을 뜨는 것만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엔
몸도, 마음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가야 할 곳이 있었고,
해야 할 일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그저 버티는 자세로 하루를 견뎌보려는 마음뿐이었다.


사람 많은 공간에 가면 숨이 막히고,
작은 소음에도 심장이 빨라진다.
낯선 표정 하나,
익숙한 말투조차
나를 휘청이게 만든다.


그러다 어떤 날은
익숙했던 것들조차 낯설어진다.
늘 걷던 길,
늘 보던 거울 속 얼굴,
심지어는 내 목소리마저.


그럴 땐 이렇게 중얼거린다.
“괜찮지 않아도, 하루는 간다.”


그 말은 누군가의 조언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생존의 문장이다.


감정을 밀어낼수록 더 강해진다고 한다.

나는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 나를 꾸짖지 않고,
그저 그런 나로 하루를 통과해보기로 했다.


어떤 날은 커피를 다 마시는 것도 성취처럼 느껴졌다.
어떤 날은 집 앞까지 나가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별일 없는 하루가
가장 고된 하루였고,
가장 필요한 하루이기도 했다.


이 글은 다짐이 아니다.
변화도, 회복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을 견딘 사람의 기록이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오늘도 나를 살아 있다고 믿는다.




오늘의 여백

오늘, 당신은 어떤 하루를 살아내셨나요?

해낸 일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단지 버틴 하루의 조각이라도,

여기에 조용히 내려놓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