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위로

일상과 감정, 그리고 시의 힘에 대하여

by 강인함

요즘 병원이랑 좀 친해졌다.


평소에는 아무리 병치레를 하더라도

하루이틀 푹 자고 나면,

마치 피콜로 팔이 새로 돋아나는 것처럼

금방 자가치료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슬슬 나이 앞자리가 바뀔 무렵이 되니까, 회복력이 떨어진 건지

신체가 하나둘씩 고장이 나는 거 같다.


병원을 다녀오고 시간이 좀 비어서,

병원 옆에 있는 다이소에서

화분들을 키울 때 쓰기 위해

보틀 물뿌리개 & 자동급수기 세트와

화분 깔망을 샀다.


예전 같았으면 원예코너에는

내 분야가 아니라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유심히 진열대를 훑었다.

역시 없는 게 없는 다이소.


며칠간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간만에 비가 잦아들고 그쳤다.


평소처럼 익숙한 곳이 편해서,

자주 가던 카페를 갈까 하다가

문득 오늘은 조금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졌다.


전에 리뷰를 보고 카카오 맵에 저장해 두었던

대학교 근처의 한 카페에 들렀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손님은 나뿐이었고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오히려 좋아)


간단히 초코 프레첼과 수박 주스를 주문했는데,

지금껏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게 느껴지더라.


그러면서, 익숙한 곳만 고집했다면

이런 비밀 아지트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괜히 더 좋아졌다.


나는 종종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카페에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거나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는데,


얼마 전,

한참 감정이 크게 몰아치던 시기에

기분 전환이 필요해서 서점을 들렀었고

그때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류시화 시인님의 "마음 챙김의 시"였고,

지금은 그때의 감정들이 많이 정리되었지만,


이 시집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다 보면

내 안의 선한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고,

잊고 있던 희망과 위로가 문장 사이사이에서 조용히 피어올랐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글을 쓰고, 시를 쓴다는 것이


누군가에는

그저 단순히 자기 위로에 불과한

짧은 문장 몇 줄일지도 모르지만,


그 작은 글씨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었을 때,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심어주고 위로를 건네는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연고이자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의 마음을 도려내는 메스가 되고

상처를 후벼 파는 송곳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로로 - 사랑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