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나와 식물의 성장 이야기
어릴 때
이름까지 붙여가며 정성스레 키운 병아리가
학교를 다녀오니,
초복날의 삼계탕이 된 이후로
그것은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이 되었고,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함께하다 결국 이별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직접 키우는 일은 늘 주저하게 되었던 거 같다.
그러다 최근에 골든 햄스터나 고슴도치처럼
작고 귀여운 소형동물을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분양 정보와 샵을 알아보았지만
소형동물들의 짧은 수명과
작년 명절 무렵, 알고 지내던 분께서 키우던 토끼가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일로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던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결국 또 한 번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를 하며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라나라 포도포도"를 외치며
샤인머스켓을 1000일 넘게 키운
'프로개'님의 블로그 포스팅인
<드루이드 퀘스트>를 알게 되었고,
재밌고 다양한 식물의 성장 일대기를 보고
식물을 키우는 일에 흥미가 생겼다.
무엇을 키울지 계속 고민하던 중,
예전에 한 친구가 지방에서 일하며
자신이 기르는 바질의 성장기를 매일 사진으로 보내오며,
잎싸귀를 뜯어다가 너무나 맛있게 고기쌈을 해 먹는걸
참 즐거워했던 게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이왕이면
열매가 맺히고, 내손으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식물이 좋겠다 생각을 했고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마당의 작은 텃밭에서
상추와 방울토마토 등을 키웠던 경험을 토대로
그중 제일 만만한 "앉은뱅이 방울토마토"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햇빛이 잘 들고,
겨울에도 실내온도가 적당한 회사가 키우기 좋은 환경일 것 같아 재배 키트를 사다가
작은 화분에 배양토를 담고,
물과 흙을 정성껏 만지고 씨앗을 심는 시간 동안
언젠가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거 같다.
금요일,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조만간 네잎클로버와 표고버섯도 키워보기 위해
추가로 재배키트를 주문해 둔 상태다.
이제 저는 초급 드루이드가 되어,
작은 생명들과 함께 자라며
행복을 자급자족해보려 합니다.
부디 소소한 성장기들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