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살만한 거 같아

침묵과 무관심이 익숙해진 시대 속에서

by 강인함

저번 주

브런치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개인적인 부주의로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현장에 계시던 브런치 직원분들이
상태를 확인하며 걱정해 주셨지만,

그때는 약간의 통증만 느껴져 가벼운 타박상쯤으로 생각했고,
“괜찮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집에 돌아와 발목을 살펴보니 퉁퉁 부어오르고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결국 다음날 정형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고,
엑스레이상으로는 단순 염좌일 거라는 소견을 들었지만

실금의 가능성도 있다며 MRI 검사를 권유받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닐 것 같아 물리치료를 하며 경과를 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한동안 반깁스와 목발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나마 집 안이나 가까운 거리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평소 1시간 20분가량 대중교통을 세 번이나 갈아타며 출퇴근하던 일상은 월요일부터 큰 문제가 되었다.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해도 오히려 더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횡단보도 신호가 애매할 때면, 다음 신호를 느긋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불편한 시간을 보내며
거동이 힘든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철에서는 미안한 마음에 사양해도 자리를 양보해 주시고,
엘리베이터 탑승을 기다려주시는 분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왠지 모르게 요즘은 배려와 양보보다는
침묵과 무관심이 익숙해진 시대라 느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새삼
많이 힘들고 지쳐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