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게 글월

편지가게와 낯선 이와의 편지

by 강인함

작년 이 맘 때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해의 마지막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뜻한 편지를 썼지만

이제 그런 일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그 시기를 잠깐 생각하며

누군가 연희동에 편지가게가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 말에 나는 글월이라는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나는 안내에 따라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에게 '힘든 시간을 건너는 이들에게'라는 내용으로 한통의 펜팔 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흘 전 이곳을 다녀온 모르는 이의 편지 한 통을 집어 들어 집에 돌아와 편지를 열어보니

정갈하게 쓰인 글씨체의 당사자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연희동을 사랑하는 고3 학생이었다.


이 친구는 입시 준비 과정 중 막상 결과와 예비번호를 받고 나서 본인은 남들보다 보잘것없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본인을 위로해 준 건 평범한 취미들과 '나의 해방일지'와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와 조성용 작가님의 '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이라는 책이었다고,


힘들고 삶이 지칠 때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부딪히고 도전해볼 생각이라는 용기의 말과 이 편지를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늘 응원하겠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편지의 끝에

생각 보다 우리를 살아가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사소한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수차례 끄덕이며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친구에게 뒤통수를 서너 대 두들겨 맞은 기분이 들기도 한 거 같다.


원래대로라면 답장은 편지가게 글월을 거쳐

손 편지로 해야 하지만 편지에 메일 주소를 남겨 준 것에 조만간 조심스럽게 답장을 해 볼 생각이다.


아주 특별하지 않은, 가장 평범한 존재로서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