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룸 서울에서 열리는 필름 사진 경쟁
취미로 필름 카메라를 시작하고 가끔씩 필름을 맡겼던 현상소의 행사 소식을 듣고 신청했던
이성하 사진작가님이 주최하는 <THE PHOENIX GAME>이라는 필름 사진 경쟁 예선전 8라운드의 10명 중 1명으로 선정되어 참가하게 되었다.
사실 어렸을 적 이후로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아서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은 크게 안 하고 있던 거 같다.
예선전은 합정과 홍대 사이에 위치한 "다크룸 서울"이라는 필름 현상소에 모여
지급해 주는 하만 피닉스 200 필름 1 롤과 각자가 보유한 카메라 또는 다크룸 서울에서 대여한 카메라로 휴대폰의 GPS App을 켜고, 지정된 구역에서 1시간 동안 사진을 필름에 담아서 다시 돌아와 현상과 스캔을 맡기고 그중 베스트샷 1컷을 골라서 모인 참가자들과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정해진 구역은 상수, 합정, 망원동부터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 공원까지 범위가 무척 넓었지만
대중교통과 택시를 이용해도 다시 돌아올 엄두가 나질 않아서 현상소에서 무난히 도보로 다녀올 수 있는 상수역과 당안리 화력발전소, 홍대거리 근처로 거리를 좁혔다.
천천히 상수역 근처의 공연과 낭만이 가득한 라이브 카페 '제비다방'을 지나
평범한 주택가에 세워진 스쿠터와 '어 리 광 (光)'이라고 쓰여있는 거울도 한번 찍어보고
날씨는 흐렸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역광이 이쁘게 비추는 하늘과 전봇대도 한번 찍어보며
국내 최초 석탄 화력발전소인 당안리 화력발전소를 거쳐서
거리의 벽화와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의 사진을 찍고 다시 현상소로 돌아왔다.
현상소로 돌아와 두 번째 순서로 현상을 맡기고 스캔본을 메일로 받아보니
카메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색상의 강한 대비와, 마치 흑백필름이 가진 거친 입자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너무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보다는 살짝 투박하고 거친 결이 남아있는 빈티지의 느낌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필름이었던 것 같다.
비록 이번 예선전에서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도 기회가 온다면 다시 한번 재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한편으론 이렇게 행사를 주최해 주신 덕분에
입문자로서 사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한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사진 생활을 꾸준히 즐기기에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종종 세상의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늘 시간에 쫓기듯 기다림조차 낭비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오다 보니
우리는 기술이 주는 편리함의 이면에서 한때 여유 속에서만 느껴졌던 낭만과도 같은 작은 감정들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고 다시 찾는 이유도 단순히 결과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위해 천천히 시선을 넓히고,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을 직접 탐험하고,
필름에 담긴 순간이 사진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기까지의 그 기다림이라는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애틋한 기억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며,
어떤 이에게는 누군가가 남긴 글과 사진 한 장이 마음속에서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행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