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으로 받은 CT검사
나는 어릴 때부터 만성 두통을 겪고 있다.
몇 년 전에
잠깐 두 달 정도 신경 정신과에서 상담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원장님께서 검사와 진단 자료를 보고 말씀하시길,
남들보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수치가 조금 더 높아서 외부 자극에 더 취약하고,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무던해 보이지만
감각이 예민한 HSP 기질도 조금은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고
*HSP란,
질병이 아닌 감각과 감정에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내 직업 특성상 고객과 직접 소통하지는 않지만
B2B 형태로 전국의 고객사를 상대하는 엔지니어와 소통하며
CS와 기술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납품과 생산관리를 하기도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도 마찰이 잦다 보니
"환경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 심한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전에는 두통약을 복용하고 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두통의 빈도와 지속되는 기간이 더 길어지더니
짧게는 이틀, 많으면 한 주 내내 호전되지가 않고
이제는 진통제 마저 제대로 안들정도로
정도가 더 심해졌다.
더 이상은 좀처럼 버티기가 어려울 거 같아,
오전 업무와 식사를 마치고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건강이나 영양제에 박식하고 관심이 많은
직장 동료의 정보를 통해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내과 병원을 찾아갔다.
간호사님께 인적사항을 전달하고 기다리면서
내 차례가 되자, 원장님에게 증상을 상세히 얘기드렸다.
-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를 복용하고도 두통이 오랫동안 호전되지 않고
- 안구가 땡기는 증상이 있고
- 평상시보다 사람들에게 더 예민하게 과민반응을 하는 거 같아요.
원장님은 위 증상을 들으시더니 CT검사를 권유하셨고,
부모님도 두통이 잦던 나에게
CT 또는 MRI 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과거에 말씀하셨던 점으로
흔쾌히 간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CT 검사를 하러 들어갔다.
안경과 소지품을 따로 빼두고
통돌이 오븐처럼 생긴 기계에 누워
머리를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방사선을 쬐더니, 검사는 5분도 안 돼서 금방 끝났다.
사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독창적인 생각을 한다는 칭찬도 많이 듣고,
평소에도 공상을 자주 했던 탓인지
방사선이 잘못 피폭되어,
"엑스맨의 울버린과 데드풀처럼 초능력이 생기는 거 아닌가?"
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내심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CT촬영이 끝나서는 좀 오랜 시간 앉아서 기다렸는데
혹시라도 뇌종양이 있거나, 큰 수술이 필요한 게 아닌가
계속 초조하게 생각하며 기다린 거 같다.
드디어 안내해 주시는 분께 CT사진이 담긴 CD와 소견서가 담긴 봉투를 받고
다시 원장님께 찾아가서 CT 검진 결과 설명을 들었는데
다행히 머리의 뇌는 지극히 정상이었고,
대신 심리적인 편두통 양상의 증상이라는 소견과
경과를 지켜보면서 나중에 증상이 더 심해지면 내원해서 MRI를 찍어보자는 말씀과 함께
"낙센에스정이라는 소염진통제"와
"나라믹정이라는 편두통치료제"의 처방을 해주셨다.
그제야 안심을 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고,
그동안 단순한 두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편두통의 증상들을 찾아보니,
전조증상으로 갑자기 기분이 너무 들뜨거나, 반대로 이유 없이 우울하고 민감해지는 것
기분을 안정시키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수치의 급격한 감소와 증가로 인한 감정기복
통증 자체의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 무기력,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의 반복과 혼란
아무도 이해 못 해준다는 고립감과 신체적 피로와 집중저하
최근에 잦은 감정기복과 함께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짜증을 내거나,
피하던 이유도 이제야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는
적절한 급성기 약물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요법을 병행하라고 하는데
스트레스 완화, 수면 조절, 운동요법을 통해
생활습관을 변화시키고
원인 인자를 잘 파악하고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와 주위 모두를 지키기 위해
회사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진료내용을 사실대로 조심스럽게 얘기를 드렸다.
모두 걱정은 하셨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점에 다독이며 이해해 주셨고
약을 복용하고 3시간이 지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약효로 인해 많이 호전된 걸 느끼고 있으나,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 될 거 같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금액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