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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홍 Jan 06. 2024

정신 승리와 행복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 테지만 나는 정신적인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내 삶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신 승리를 잘할 줄 아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리는 인생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직장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행복하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봐왔는데, 나는 정신 승리를 조금만 더 잘해도 훨씬 고통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신 승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지만, 이번에는 성취와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취를 잘 느끼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인데, 이것은 우리 회사와도 관련있다.

우리 회사는 Airbridge라는 B2B SaaS 제품을 개발한다. 우리 팀에서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은 피드백 사이클이 느리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적고, 알게 되기까지도 오래 걸린다. 누구나 쓰는 제품이 아니고, 회사대회사로서 비즈니스를 하므로 고객들도 직접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한다. 아직 Notion처럼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커뮤니티에서 무슨 기능이 좋더라, 무슨 기능은 별로더라 하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힘겹게 개발한 기능에 대해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고생 끝에 선보인 기능을 사람들이 쓰기는 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내가 노력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기서 나는 정신 승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했고, 적절하게 해결했다면 분명 고객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정신 승리를 하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좋다. 하지만 어떠한 숫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숫자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예를 들어 LTV가 1% 증가했으면 이건 의미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숫자가 있다 하더라도 애매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나는 그럴 바에는 정신 승리를 통해 내가 정말 유의미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에너지를 얻어서 다른 일들을 더 해내는 것이 훨씬 건강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유의미한 일을 한 게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봤자 고통스럽기만 하고 다른 일을 더 잘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하나하나는 전체 인생 상으로는 작은 부분이다. 우리 세대는 적어도 40년은 일할 텐데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봤자 얼마나 되겠나. 프로젝트 하나에 실망해서 다른 프로젝트들을 더 해내지 못하는 것보다는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프로젝트를 잘 해내서 성과의 총합을 더 늘리는 것이 좋다.

정신 승리를 잘할 줄 아는 것은 매니징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내가 한 일이 의미가 있었던 건지에 대해 누군가가 계속 알려줘야 한다면 그 알려줘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보통은 팀장이 그 역할을 하고, 또 그럴 의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이 한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에 대해 계속 알려줘야 하는 것보다는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것을 당연히 더 선호한다.


물론 잘못된 정신 승리를 해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서는 안 된다. 적절하지 않은 문제 인식과 적절하지 않게 문제를 해결해놓고(이걸 해결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나는 잘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고, 내가 보기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그 성취를 느끼지 못해 에너지를 잃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에너지를 잃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은 길고, 에너지 있는 삶은 정말 소중하다. “이 프로젝트를 해봤자 별로 의미 없을 거야” 라고만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 프로젝트를 하면 고객들이 더 행복해질 거야. 빨리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과 더 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양치기일지라도 당연히 후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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