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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홍 Feb 13. 2024

신입 개발자들을 위한 구직 조언

최근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모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에서 채용 설명회를 했다. 우리 회사와 팀에 대해 소개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에서 구직 중인 신입 개발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냐만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솔직하게 나의 생각을 공유했었는데, 그것을 글로도 옮겨둔다.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정리해 둔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으니까.


나는 신입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다른 무엇보다도 코딩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딩을 잘한다는 건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유지보수가 용이하게 코드로 구현을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야 하고, 유지보수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용량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그건 일단 코딩을 잘하고 난 뒤에 생각해 볼 경지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이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회사들에서는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특수한 아키텍처가 필요하지만 정말 많은 회사들은 그렇지 않고,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면서도 유지보수를 하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문제를 코딩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개발자는 곤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직자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코딩 스킬에 대해 회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게 이력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풍부한 직무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 플랫폼에서의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알고리즘 경력 외에 자신의 똑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스펙을 쓰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도 코딩은 가르치면 되니까 똑똑한 사람을 채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기도 하다.

프로젝트 경험을 강조하기로 했다면 써둔 프로젝트 경험이 충분히 코딩 스킬을 어필할 수 있는 정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주 높은 퀄리티의 프로젝트 경험이 없다면 적어도 양으로라도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캡스톤 프로젝트 1~2개 정도로 어필이 안 된다.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도 비슷한 교육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유의미한 프로젝트 경험인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


나의 옛날을 돌이켜보면 이런저런 프로젝트들을 꽤 많이 했었고, 그것들을 강조하여 이력서로 옮겼었다. 학교 과제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동아리 또는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도 많았다. 고등학생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들까지 해서 영혼까지 긁어모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20살, 21살쯤에 처음 이력서를 쓸 때도 프로젝트 경험을 적어도 10개 ~ 20개는 썼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대단한 기술적인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코딩을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정말 많은 회사들에 이력서를 배포했다. 처음에는 50개 이상 회사들에 지원했었다. 그중에서 몇 회사에는 면접 기회가 생겼고, 최종 합격 후 몇 개월 일을 하다가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 학기가 끝나면 다시 반복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구직이 점점 더 쉬워졌다. 전략을 요약하면 물량으로 승부를 본 것이다. 이력서의 분량도 늘리고, 지원을 많이 해서 기회도 늘렸다.


이러한 경험들 하에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신입 개발자 분들에게 구직에 도움 될만한 조언을 한다면 코딩 스킬을 갖추고, 이력서에서 코딩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고, 지원을 많이 해서 확률을 높이라고 하고 싶다.

우리 회사에도 신입 개발자 분들의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를 들어 직무 관련 경험은 별로 없고 자기소개서는 정성 들여 쓰신 경우가 그렇다. 물론 자기소개서를 통해 다른 강점들을 드러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코딩 스킬을 더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코딩을 못하는 개발자와 협업하고 싶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회사에 지원을 하셨으면 좋겠다. 구직 확률이 떨어지더라도 모수를 많이 늘리면 그중에서 몇 개는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회사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의 상황은 저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는 신입에 대한 기회가 더 열려있을 수 있다. 더 여러 회사에 지원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딱히 없지 않나. 요즘은 잡 플랫폼들이 잘 되어 있어서 많은 회사들에 지원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힘내서 계속 도전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요즘 시장은 상황이 어려워진 회사들도 많기 때문에 전보다 확실히 구직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내 주변 친구들로부터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주식 투자 능력과 별개로 거시 경제 상황이 투자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가진 역량이 좋더라도 구직이 어렵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아쉬워해 봤자 어차피 나아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기회를 늘리는 것은 온전히 나의 멘탈에 달려있다. 멘탈을 붙잡고 계속 기회를 늘리다 보면 상황이 맞아서 채용까지 이어지는 회사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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