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서 효율적인 것들을 볼 때마다 재밌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고객도 행복하게 만든다.
저번 주에는 볼일이 있어 강북에 가야 했다. 일정을 소화하던 중 식사를 위해 곰탕집에 갔다. 열심히 지도 앱을 뒤져보기로는 꽤 인기가 많은 곳이었는데,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사진과 같이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부터 대기시간 약 5분. 안내 표지판을 보고 정말 효율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 표지판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상황들이 있었을지나, 표지판이 생긴 뒤로 고객들까지도 행복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리 느긋한 성격이 아닌지라 기약 없는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도착하여 입장을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은 식당에 가면 항상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보곤 한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내 상황에 따라 기다리거나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함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은 아닐 것이므로 대기를 많이 하는 식당이라면 하루에도 수 십 번, 수 백번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이다. 이 대기 시간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그 수 십 번, 수 백번 반복되는 질문 대부분을 없애줬을 것이다. 심지어 전기도 안 먹고 유지 보수도 거의 필요가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몇 년은 거뜬히 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업장만 행복해졌을까. 사실 고객도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를 알 수 없으면 답답하고, 질문을 하는 게 귀찮고 불편하다. 열심히 업장 관계자를 찾아봐야 하고, 바빠 보이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야 하니 미안하기도 하다. 근데 알고 싶은 정보가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쓰여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이 편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니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어 서로 행복해진 것뿐만 아니라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고객 경험을 좋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식당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몇 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바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정확한 대기 시간은 알려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하는 곳도 있다. 구체적인 시간을 안내하기를 피하는 이유는 아마 잘못된 정보를 줬다가 발생하는 항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3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안내를 했는데 시간이 다 됐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못 하게 됐을 때 항의하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답변을 아예 하지 않는 결정을 한 것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앞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의 수나 빠지는 속도를 통해 추측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답답할 따름이다. 따져봐야겠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전달하느라 생긴 고객의 불만과 행복을 합산해 봤을 때 무엇이 클까?
내 업에 이 경험을 비춰본다. 질문을 할 필요도 없게 제품을 만드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고객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작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많은 고객의 행복을 포기하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