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숫자가 주는 권위에 압도 되는가?
우리는 흔히 숫자가 주는 권위에 압도되곤 합니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해왔다"는 말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성벽이 되어, 그 뒤에 선 사람을 '전문가'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수식합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 그리고 남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까지. 그들은 자신이 일군 그 단단한 성벽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승전보를 울리듯 자신의 경험을 뽐내곤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견고한 성벽이 도리어 그를 가두는 감옥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만이 유일한 정답이라 믿는 아집, 내가 겪은 세월만이 진정한 가치라고 소리 높이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 화려한 성벽 안의 세상이 얼마나 비좁은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다 아는 듯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판 우물 안의 하늘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삶을 누리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나, 그 노력이 타인을 향한 비방과 날 선 시선으로 변질될 때 그 삶의 품격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남부럽지 않게 살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단 한 톨의 마음조차 나누지 못하고, 도리어 타인의 삶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모습은 그가 가진 통장의 잔고보다 마음의 잔고가 훨씬 더 빈곤함을 보여줄 뿐입니다.
개미에게는 개미만의 치열한 세상이 있듯, 그들도 그들만의 작은 행성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혹여 주변에 그런 이가 있어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힌다면, 그저 담담히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쌓아온 20년의 '경험'은 존중하되, 그들의 좁은 '도량' 때문에 당신의 소중한 평온을 깨뜨리지는 마세요.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전문가라 칭송받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노라 자부해도 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우리는 모두 똑같은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납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오늘따라 이 말이 유독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쥔 것이 결코 영원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의 순리라면, 우리가 이 짧은 여행길에서 남겨야 할 것은 단단한 성벽이 아니라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넓은 평원 같은 마음이 아닐까요.
작은 세상에 갇혀 큰 소리 치는 이들에게 노여워하기보다, 오늘 하루 나는 내 마음의 창을 얼마나 넓게 열어두었는지 가만히 되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