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소란함 속에서 찾은 진짜 이름

환하게 밝혀진 벚꽃 아래, 우리가 보낸 저녁 산책의 기록

by 팀 포라

“와, 엄마! 나무가 하얀 드레스를 입었어! 오늘 나무 결혼식인가 봐.”

“그러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들이 공원에 가득 모였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벚꽃이 흐드러진 강변 산책로에서 마주친 아이와 엄마의 대화입니다. 만개한 벚꽃 아래로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은 정말이지 갓 구워낸 팝콘처럼, 혹은 순백의 웨딩드레스처럼 눈부시게 산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조금 조용한 산책을 기대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절정인 주말 저녁, 공원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죠.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리고 꽃잎을 보며 내뱉는 수많은 감탄사들이 봄밤의 공기를 쉴 새 없이 흔들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너무 소란스럽다'며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인파 중에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사람들은 연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 짧고 아름다운 계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였지요.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거창한 성공이나 위대한 성취보다, 매년 돌아오는 이 분홍빛 소란함 속에서 '살아있음의 증거'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1년 중 단 일주일, 바람 한 번에 속수무책으로 흩날려버릴 이 연약한 꽃잎 하나에 우리 마음이 이토록 들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본능적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다정함'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단한 직함이나 화려한 경력이 우리를 증명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마음을 뺏기고, 우연히 마주친 아이의 엉뚱한 상상력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입니다. 마음에 어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긍정으로 보인다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그날 저녁 공원의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벚꽃'이라는 환한 등불 하나씩을 켜두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녁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제 어깨 위에도 하얀 꽃잎 하나가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나무가 건네준 작은 초대장 같기도, 혹은 오늘 하루 수고했다는 무언의 격려 같기도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축제는 머지않아 끝나겠지만, 그 밤 우리가 나누었던 따뜻한 시선과 꽃잎 같은 말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지지 않는 숲을 이룰 것입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당신의 마음이 가물어 있다면, 오늘 저녁엔 잠시 밖으로 나가보세요.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의 조각들을 길 위에 흩뿌려 두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걸음 끝에는, 어떤 작고 반짝이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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