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의 이야기 - 첫 만남 -
하늘이 붉게 물들던 그 순간,
우리의 눈빛 속에 짧은 멈춤이 찾아왔어.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어색함은 이내 투명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우린 그저, 시간이 지나는 걸 바라봤지.
어느새 창틈으로 스민 부드러운 바람이
잔잔한 강물 위에 작은 물결을 만들고,
어디선가 불어온 은은한 향기는
고요한 강물 위로 꽃잎처럼 사뿐히 내려앉았어.
내 숨결마다 스며들어 아련한 기억을 심었지.
붉게 타오르던 노을은
갈 곳 모르던 내 시선을 따스하게 감쌌고,
향기로운 바람결은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아주 살짝 흔들었어.
심장께 간질거리는 설렘이 피어났고,
널 더 알고 싶은 작은 불꽃이 일렁였지.
아직은 궁금함 가득한 눈빛,
하지만 저무는 노을의 붉은 숨결처럼,
깊어지는 향기처럼,
우리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가
아주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아주 두근거리는 시작을 알리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