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이 나오면 좋겠다요.”
일 년 전, 이랬더랬다. 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4명이 동시 지원했었다. 출판사에 투고 이메일을 보내기 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쓴 글이 세상에 ‘짜잔~’하고 등장하길 바랐었다. 결과는 4명 모두 탈락. 이후 우리는 출판사 목록을 만들고, 투고 메일만 200여 곳에 보냈다. 한결같이 모두가 정중한 거절 의사를 보내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또 글을 쓰기로 했다. ‘올해는 기필코 출판을 해보자!’고 분기탱천(?) 하여 신규 회원을 두 명 더 모집하고, 새로운 주제를 정해 사부작사부작~ 글을 쓰고 서로에게 공유하고 있다. 작년에 썼던 글과 올해 쓴 글을 모아 새롭게 원고를 구성하고, 출판사의 문을 재차 두드릴 것이다. 물론 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브런치의 시작은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일 년이다. 작년 3월, 삼각산재미난학교 중등 1학년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 소개책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서점에 꽂혀 있는 다른 대안학교들의 책을 보며, 부러움에 눈을 꿈벅거리다, 우리도 해낼 수 있다며 의기투합했었다. 대안학교라는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학교생활을 실시간 관찰일기처럼 기록한 에세이였다.
브런치는 이런 과정을 세상과 연결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기 전 우리가 쓴 글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면서, 4명 모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었다. 연재를 하며 ‘라이킷’이라는 숫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목적이 학교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바 ‘라이킷 품앗이’를 개인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읽으면 무슨 소용 있으랴’는 생각에 외연 확장을 노렸다.
브런치에는 학교 에세이 외에도 가끔 일상 글과 AI와 협업한 소설도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소설 연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꾸준히 학교 에세이를 쓰다 보니 갑자기 ‘나도 소설 한번 써볼까?’ 이런 가볍고도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AI와 협업을 했지만 연재가 거듭될수록 소설은 아무나 도전할 영역이 아니란 걸 여실히 느꼈다. 그래도 어찌어찌 꾸역꾸역 곧 완결을 향해 가고 있다.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품앗이 효과를 지켜보고 있을 때쯤,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해봄직한 ‘왜 쓰는가?’에 대한 생각이 찾아왔다. 학교 책 쓰기 모임을 만들어 써야 할 이야기를 찾아 헤맸던 게 일 년 전인데, 지금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꾸 생겨난다. 그사이 글쓰기가 일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잘 쓰는가?’와는 무관하게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성취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이 느낌이 좋다.
작년 책 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브런치를 시작하며, 구체적인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책이 나왔다. 방금 전 인쇄된 따끈따끈한 책이. 판매되기 전 제일 먼저 내 손에 쥐어졌다. 책 제목을 보고, 책 표지를 손으로 찬찬히 한 번 쓸어본다. 서점에 가면 이 책이 진열되어 있고, 인터넷으로도 검색된다. 서점에서 함께 글을 쓴 학부모들과 책을 집어 들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책을 통해 학부모들의 생생한 학교 관찰일기가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인터넷으로도 도서 정보를 통해 학교 이야기가 공유된다.’ 작년에는 출판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이루어 낼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 브런치가 벌써 일 년을 함께 했다.
Brunch. 아침도 아닌 점심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식사. 여유롭고 느긋한 Brunch 문화는 이미 뉴노멀이 되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브런치의 네이밍을 생각해 봤었다. Brunch처럼 전업작가도 아닌 일반 블로거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예비작가가 소통하는 공간. 과거 파워블로거가 이끌던 리뷰나 후기 일변도의 글쓰기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쓰기가 시작되는 공간이길 바라며 이름 지었을 거라 추측해 보았다. 브런치 특유의 심사 제도도 그래서 필요한 것 아닐까 싶었다.
브런치를 하는 내 바람 또한 비슷하다. 내가 쓴 글들이 브런치라는 통로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길 바란다. 작가명인 ‘B급 사피엔스’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란 의미다. 와글와글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벼운 이웃의 글이 주변에 작은 공감이 되길 바란다. ‘왜 쓰는가?’에 앞서 글쓰기가 취미가 된듯하다. ‘잘 쓰는가?’와 상관없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 쓰고 있을 따름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글들이 세상과 연결되길 바란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르지 않길 바란다. B급 사피엔스라는 부캐가 쓰는 글들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