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란수 Oct 24. 2015

여행?희망! (intermission) _
좋은 나라

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우리는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가?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 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 거요.     

그곳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있다면.      

노래 "좋은 나라" 중


시인과 촌장이 노래한 “좋은 나라”는 박정현이 리메이크하여 잘 알려진 노래이기도 하다. 


     

끼약! 박정현 좋아요!!!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좋은 나라는 슬픔을 잊을 수 있고, 서로가 다독이는 나라일 것이다. 그저 서로 헐뜯고 비방하고, 내 입장만 취하는 나라에서 힘들게 사는 모습이 좋은 나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정말 좋은 나라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완전히 살아보지 않은들 여행을 통해 그 나라를 다 알 수는 없겠으나, 이렇게 스쳐지나 가는 인연과 기억들을 토대로 우리 삶의 가능성을 보는 것에 여행이 부족하리라는 생각을 가져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과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가? 내가 꿈꾸는 나라를 여행을 통해 만난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었다.


여행 1 : 크루즈에서 만난 감정 노동자    

 

모든 크루즈가 그렇지는 않겠으나, 한 크루즈에서 일하는 친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뷔페식당에서 일하는 그 친구는 그릇을 치우면서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껌을 씹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그 모습이 참 경쾌해 보였다. 그러한 모습이 매너 없어 보이기는커녕, 자기 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누가 그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정찬식당에서 일하는 필리핀 친구는 늘 우리를 맞이하는데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언제나 음식을 내주며 “엑셀런트?”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맛있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우리와 하이파이브를 권했고, 기꺼이 우리도 하이파이브를 해 보였다. 그야말로 서비스에 대해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만약 우리 식당에서 손님한테 그렇게 직원이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비스란 오히려 그런 것 같다. 너무 틀에 맞추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자체가 흥겹고 즐거워야 그 서비스가 온당하게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들도 그렇게 노력하겠지만, 흥겹고 즐겁게 일하게 해주는 직장 분위기와 사회의 문화가 전제조건임에는 분명하다.     


크루즈 승무원들의 장기자랑이 메인 쇼 중 하나이다.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쉬는 시간에는 이렇게 크루즈 안에서 다른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보기도, 음식을 먹기도 한다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다


여행 2 : 터키에서 만난 고양이     


터키는 고양이 천국이다. 아마도, 고양이 성애자가 터키를 간다면 곳곳에서 만나는 고양이들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들은 어디에서나 널브러져 있다. 이스탄불에서 참 많은 고양이들을 보았다. 그런데 요놈들 참 겁도 없다. 엄연히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의 유리 진열장에서도, 터키 하면 생각나는 카펫 판매 상점의 카펫 위에서도 오히려 자기를 진열하듯이 도란도란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고 또 내쫓지 않는다.      


이 상점은 내가 접수한다아!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터키에 가고 오는 이스탄불에는 숙소 곳곳에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통과 물통이 비치되어 있다. 적어도 다니면서 고양이들이 굶지 않게, 또 목마르지 않게 만드는 그들의 인심이 참으로 부러울 뿐이다.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통과 물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터키 남동부 지중해 지역에 있는 안탈리아 지역에 갔을 때이다. 칼레이치 옛 항구터에는 재미있는 시설이 하나 있다. 나무 모양의 서랍장과 같은, 그리고 그 서랍장을 철장이 덮고 있는 시설. 바로 길고양이 숙소이다. 잠을 잘 때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말라고, 그렇게 편하게 잠이라도 자라고 배려하는 길고양이 숙소는 저절로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들어 주었다.      


안탈리아에 있는 길고양이 숙소. 이렇게 배려하는 모습이 고맙고 부러웠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들이 터키의 고양이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게 만든 원인일 것이다. 사람을 보고 만져달라고 하고, 사람이 아무리 와도 도망가지 않는 모습은 우리의 길고양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고양이를 길로 내몬 것도 사람이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길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원인도 역시 사람에게 있다.      


이러다 언젠가 동물들의 역습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혹성탈출처럼? ^^;;


여행 3 : 캄보디아에서 만난 원주민 아이들     


캄보디아의 동북부 지역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몬둘끼리라는 주가 있다. 몬둘끼리에는 “프농”이라고 하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사실 그들의 삶이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다르게 생긴 나를 아주 찬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는 옛날 우리의 어릴 적 순수함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해도, 이러한 순수함과 목가적인 마을의 분위기야말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미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오래된 미래”에 대한 바람이었다.     

 

캄보디아 몬둘끼리의 부땅 원주민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우리를 순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었다


좋은 나라는 행복한 미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심지어는 그게 동물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행복은 아주 높은 곳에 있지 않았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래서 그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라면 그곳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행복한 사회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행복함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인 사회가 되어 버리고 있다. 그러한 곳은 좋은 나라가 아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취업이라는 높은 벽이, 나이와 서열, 그리고 성에 따른 차별을 느끼게 된다면 그 곳은 좋은 나라가 아니다.      


무언가를 해보기에 제약이 너무 많아~~


결혼하기 전에, 집을 자기 스스로 장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깨달음과, 아이를 낳으면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을 느끼고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면 그 곳은 좋은 나라가 아니다.      


돈이 있고 없음으로 인하여 나의 자존감까지 해쳐야 하고, 갑과 을이라는 존재적 이유로, 나의 노동력뿐만이 아니라 나를 모두 내주어야 하는 곳이라면 그 곳은 좋은 나라가 아니다. 

     

여행을 다녀오겠다던 아이가 바다에 묻혀서, 그 아이를 꺼내 달라고, 왜 구조하지 못했냐고 하는 부모를 보상에만 눈이 먼 사람인 것처럼 내모는 곳은 정말로 좋은 나라가 아니다.      


좋은 나라는 행복한 미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적어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성하고, 그리고 미래를 보게 해주어야 한다. 역사 논쟁에 있어서도, 감추고 조작하려 하지 말고, 아이들이 충분히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나라”가 할 일이다.      


이렇게 상식적인 것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리고 있다~


여행을 가다. 우리를 보다     


누군가가 왜 여행을 가냐고 묻는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여행은 단순히 나만 잘 살기 위해서도,

내가 좋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라고.     


여행은 여행지에 가서, 그곳이 아닌, 우리를 보기 위함이라고.     

적어도 내게 여행이란 그러한 의미라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지를 궁금하여 관광학 전공을 배웠으나, 배울 때가 아닌, 내가 직접 여행자가 되어야만 알 수 있었다!)     


학교 다닌 기간에 차라리 여행을 다닐걸~~


내가 보고 싶은 나라가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그러기에는 요새 돌아가는 사정이 그래 보이진 않는다.   

  

결혼을 빨리 하게 하려면, 교육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일하고, 집을 장만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세대 갈등과 남북 또는 동서 갈등을 유발하여 지금의 기득권을 지키려 할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줄도, 그리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직은 서로가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좋은 나라가 되기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 강의를 가서 만난 우리 학생들에게 미안한 하루였다.     


 



- 첨언

지난 10월 22일은 세월호 참사 555일이  지난날이었다. 

좋은 나라가 되어, 남겨진 아홉 사람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미안합니다. 아무 힘이 되지 못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_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