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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Nov 07. 2020

시소의 끝을 오가는 절박한 일상

전업맘과 워킹맘 그 사이 어디쯤

전업맘. 워킹맘. 이런 레이블을 싫어한다. 대체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어서일까. 프리랜서맘의 삶이란 매일같이 서로 대립되는 끝을 전력질주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며 전업맘에게는 전업맘처럼, 워킹맘에게는 워킹맘처럼 감정을 이입했다.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처절하고 절박했다.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서로에게 상처 받고 또 위로받았다.


프리랜서로 일 할 때 돌쟁이 도민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던 마음을 적어뒀던 글을 올렸었다. 하루 만에 몇 만뷰를 찍더니 여러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워킹맘도 아니면서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는 게 무책임하다는 댓글도 있었고, 어린이집에 하루 종일 맡겨놓고 출퇴근하는 워킹맘은 더 힘들다며 그게 뭐 대수냐는 댓글도 있었고, 댓글을 단 이들에게 누군가의 삶을 알지도 못하면서 왜 평가하려 드냐며 글쓴이가 상처 받지 않길 바란다는 댓글도 있었다.


나도 틈나는 대로 일하며 나름 밥값을 벌고 있다는 말을 쓰지 않아서인가. 바깥에서 일을 하고 안 하고 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건가. 엄마가 아이한테 미치는 영향이 굉장하다 주장하는 엄마와, 누군 그걸 몰라서 일하고 있는 줄 아느냐 되받아치는 엄마 사이에서 나는 자아가 분열되는 것만 같았다. 점점 늘어나는 댓글이 무서워 당장 글을 발행 취소해버렸다. 이 모든 건 전업맘과 워킹맘 모두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의 글솜씨를 갖추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또 스스로를 자책했다.


요즘 계약직으로 풀타임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워킹맘 쪽에 조금 더 기울어진 시소에 앉아있다. 그럼에도 풀타임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는 나는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프로젝트가 막바지로 흘러가며 등하원 시간을 지킬 수 없는 행사가 많아지면서 나는 더욱 매분매초 긴장하게 된다. 전담으로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지 않고 있으니 최대한 내가 조절해가면서, 친정부모님과 남편에게 시시때때로 의지해가면서, 다른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해가면서 육아든 일이든 뭐 하나 빵꾸나지 않게 아슬아슬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나 혼자만 챙기면 된다면 갑자기 아침 일찍 가야 하거나 야근을 하는 게 뭐 대수겠냐만, 지금은 일에서든 육아에서든 내 주변 누군가의 또 다른 희생으로 돌려막기 해야 한다. 육아는 육아대로, 업무는 업무대로 뭐 하나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다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 항상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


계약직이 아니었다면 내가 일을 시작할 수나 있었을까, 내가 정규직이라면 육아를 도와줄 사람을 쓰려나, 일은 무슨 졸업을 하려면 어차피 학교에 돌아가야 하는데 조금만 더 버텨볼까, 이제 막 시작한 일이라 조금 더 배워보고 싶기도 한데, 둘째는 낳을 수나 있을까, 그러면 어차피 또 일도 공부도 못하겠구나, 우리 남편은 내년에 어디로 발령을 받으려나. 하아. 끝없는 고민 속에 잠들고 일하는 꿈을 꾸다 애 우는 소리에 깬다. 구구절절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꺼내놓는 것도 사실 참 부끄럽다. 대부분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애 때문에..’라는 말을 꺼내놓는 것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직장이라는 현장에 나와보니 새삼 깨닫는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

일로 만난 사이라 온라인 회의만 주고받다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연년생 아들 둘이 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이어오고 있다는 상대방이 그 말 한마디를 하는 순간, 우리 둘 다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서로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평일 오후 3시 이 시간에 여기 있는 우리는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애 때문에’ 행복하고, ‘애 때문에’ 힘들지만, ‘애 때문에’라는 말을 꾹꾹 삼켜가면서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나’의 일을 완전히 놓고 싶지는 않은 절박함.


출근하는 아침마다 눈물이 핑 돈다. 엄마랑 더 놀고 싶어 하는 애를 달래고 재촉해가며 옷을 입히고 세수를 시킨다.


뭐가 어찌 됐든 나는 일단 버텨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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