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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Jul 03. 2022

나는 왜 ‘딸 가진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딸과 함께하는 산후조리원 일기

조리원은  특수한 공간이다. 조리원에서 만나는 엄마뻘의 원장님, 신생아실 선생님들, 마사지사 등과의 대화는 모두 출산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어떻게 출산하고 산후관리했으며, 이젠 그들의 딸은 어떻게 했는지까지 이어진다.


수유콜이 있을 때마다 방에 오셔서는 나의 가슴을 봐주신다. 가슴의 미관이 아닌 기능을 평가하고 활용방법을 설명해주신다. 출산하고 가장 당혹스러웠던 게 아마 모유수유일거다. 평생 내 가슴, 아니 유방이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여성’만의 연대감이 극대화되는 경험이다. 나는 ‘산모님’이라고 불려지며 집중 배려와 관리를 받는다. 이 곳에 계신 대부분의 분들 또한 인생의 어느 순간 ‘산모님’이었기 때문인지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나를 생각해주는 진심이 전해진다.


이 곳에서는 아이를 낳고 키워본 여성들의 노하우가 집대성되며 대물림되어지고, 본인 뿐만이 아닌 본인의 엄마, 딸, 지인 등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이 공유된다. 이곳을 거쳐가는 여성들은 ‘출산’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며 일종의 연대감을 느낀다.


“우리 딸은 왜 딸이 낳고 싶었을까?”


조리원에 입소한 , 아빠가 내게 물었다. 아이  명을 낳으면 무조건 아들을 낳고자하는 시대가 있었고, 그래서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한 수많은 여아들이 있었다. 아빠의 질문에 나는  그렇게 간절하게 ‘ 가진 엄마 되고 싶었나 생각해봤다. 나의 이유를 아빠는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여성’으로 성장하며 경험했던 세상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치관. 내가 ‘딸’로 살면서 우리 엄마한테, 할머니한테 대물림받았던 ‘여성’으로서의 정신적 유산. 이걸 나도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딸은 내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날, 퇴소와 동시에 나는 이제 ‘남매맘’의 현실을 살아야한다. 아들에게는, 딸에게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할지, 어떤 정신적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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