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샹그리아보단 모스토

여행작가가 만난 도시. 그 날의 기록 #8

by 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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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스페인 음식은 입맛에 잘 맞았다.

화려하거나 맛이 없거나 그런 건 없지만 그렇다고 정말 맛있다고 꼽은 음식도 그만큼 적다는 것. 이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왜냐. 아무것이나 먹어도 먹을만하고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단품으로 조금조금씩 맛볼 수 있는 타파(TAPA)의 종류가 워낙 많아 미식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음식이 많다. 그라나다를 방문한 목적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알함브라 궁전을 가기 위해서였다. 더위와 싸우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므로 궁전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 인근의 가게에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빠에야, 추로스, 샹그리아, 타파가 있다. 이 중 빠에야는 여행 전부터 지겹도록 들었다. 아마 밥이 주를 이루는 음식이니 웬만하면 입맛에 맞을 것이고 어디서나 쉽게 찾아서 맛볼 수 있었다. 스페인 일주에서 빠에야는 이 식당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만만한 게 해물이듯이 해물볶음밥 정도 생각하고 해물 빠에야를 주문했다. 제법 큰 사이즈의 빠에야. 결론은 생각보다 아쉬웠다. 짠맛이 강했고, 뭐랄까. 밥이긴 한데 여하튼 그냥 한국에서 먹는 해물볶음밥이 더 맛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바르셀로나 비치 인근에서 먹은 해물 빠에야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궁전 투어를 마치고 다시 찾아온 밥시간.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고 시내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때마침 스페인 전통 식당이다. 밀라그로사라는 식당으로 단지 인테리어가 예뻐서 끌렸던 곳인데 운이 좋았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메뉴에 음식 사진이 없는 걸 보고는 아차 했다.




이거 잘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우선 침착하게 메뉴판을 살펴보고는 친숙한 단어인 계란과 감자,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러시안 샐러드는 상당히 느끼했다. 웬만하면 맛없기 힘든 계란 프라이와 감자 또한.. 지금 생각해도 느끼할 정도로 먹기 힘들었다. 아무리 배고파도 못 먹을 것 같다. 느끼한 건 정말 못 먹겠다. 여기서 나를 살려준 구세주는 모스토였다. 안달루시아의 축복! '모스토'는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입맛에 맞았던 음료다. 포도주를 발효시기키 전 단계의 즙으로 만든 것인데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딱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샹그리아를 참 좋아한다. 적포도주에 브랜디와 레몬에이드 등을 넣은 음료인데 술 한잔 정도 걸친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그래도 난 모스토! 어떤 음식점을 가던지 제일 먼저 모스토를 찾았다. 이곳에서도 모스토가 없었더라면 숙소로 가는 길이 우울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모스토를 찾기 쉬운데, 여길 벗어나 바르셀로나만 가도 찾기가 힘들었다. 조만간 이태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스페인 음식점에 있으려나...




보고 느끼고 씁니다 I 김문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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