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르하: 네르하 라면 한 달쯤은

여행작가가 만난 도시. 그 날의 기록 #9

by 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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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네르하는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곳이라 쉽게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좋았던 곳을 글로 표현하기에 부담감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네르하에 온 여행자들은 보통 여기서 근교의 프리힐리아나라는 마을에 들리곤 하는데, 이유는 그리스 산토리니와 흡사한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네르하에 도착하기 전까진 한번 가보아도 좋겠다 싶어 교통편을 알아두었지만 막상 네르하에 도착했을 땐 이 아름다운 마을을 단 1초라도 떠나기 아쉬워 프리힐리아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네르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주의 작은 소도시로 인구가 10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마 한 곳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스폿인 유럽의 발코니가 아닐까 싶다. 카스티야 이 레온 왕국의 왕이었던 알폰소 11세가 이 곳 전망대에서 감명을 받아 불러진 별명으로 포토존이자 지중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네르하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발코니 아래를 바라보면 해변이 양 옆으로 이어져있는데, 마치 이보다 평화로운 곳은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씌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수영복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실수였다. 그렇다고 발코니에서 멍하니 바라볼 수는 없어 일단 해변으로 내려갔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해변을 거닐기 시작했다. 유럽의 해변은 처음이라 비키니를 아무렇지 않게 벗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익숙지 않았지만 이 상황도 금방 적응했다. 에매랄드 빛 바다에 발을 담그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시 한번 왜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을까 계속 되뇌며 말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나름 재밌게 즐기고 있을 때 주위에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보였다. 그리고 같이 놀고 있는 남자는 마치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긴 나무막대를 바다로 던지면 새하얀 개는 개헤엄을 쳐서 제법 멀리 날아간 나무막대를 정확히 찾아 가져오곤 했다. 그러다 둘은 아주 멀리 보이는 돌고래를 향해 헤험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처럼 말이다.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어느 한 젊은 여성이 저 멀리서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Hey! Go with us "



순간 귀를 의심했다. 여성의 손짓은 돌고레를 향하고 있었고, 그 말은 즉 우리도 함께 헤험쳐서 돌고레를 만나러 가자는 건데.... 사실 수영도 못하고 수영복도 없고 불가능한 미션이기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그들은 다시 돌고래를 향해 헤험쳤다. 지금 생각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재밌는 상황이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발코니로 올라왔다. 한참 동안이나 반짝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에 두 눈에 담고, 영상으로도 담고, 사진으로도 담고, 담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순간을 담아냈다. 갈 길이 멀어 많은 시간을 네르하에 할애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만큼 다음에 다시 올 거란 기대감을 남기고 유럽의 발코니를 돌아섰다. 네르하라면 한 달쯤은 있어도 좋을 거란 기분 좋은 생각을 이곳에 남기며.






보고 느끼고 씁니다 I 김문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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