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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여행

생일

태어나줘서 고맙다.

by 손봉기

아침에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내 생일이라고 밥을 먹자고 하신다.

어머니와 내 생일이 일주일 간격이라 결혼을 하고 20년 동안 어머니의 생일만 챙겼다.


물론 결혼을 하기 전에는 늘 내 생일만 챙겼다.


일주일 전 어머니의 생일 날 평소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소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가 전화가 와서 내일 내 생일이라고 밥을 먹자고 하신다. 너무 생소했다. 옛날부터 한 달에 한번만 가족 중 생일을 챙겨야 한다는 미신을 어머니와 내가 믿고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SNS에서 생일 축하가 너무 싫었다.


평소에 보지도 못하는데 생일을 축하하라고 메시지가 오면 마음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 상에 내 생일을 모두 지웠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몇몇 분들이 생일을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주시고 여러가지 쿠폰을 쏘아 주신다.


너무 감사하지만 몸들 바를 모르겠다.


며칠 전 사회에서 안 후배가 전화가 와서 술을 한잔 하자고 해서 오늘로 약속을 정해 만났다. 그런데 그 후배가 생일 선물을 준다.


나와 식구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음력 생일을 언젠가 그가 수첩에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그는 오늘 나를 만나기 2시간 전부터 백화점을 돌아 다니면서 선물을 골랐다며 허리띠를 선물해 준다.


너무 고마운 선물이다.


그는 내가 태어나서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오늘 내가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처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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