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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12. 2020

자다르 여행

태양의 인사

아드리아 해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아드리아 해>라는 뜻의 자다르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대학이 세워지고 고대 로마제국의 유물이 가득해서 2016년 <유럽 최고의 도시>로 선정되었다.


지중해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인 자다르는 기원전 1세기경 로마제국의 일부가 되었으며 서로마 제국 멸망 후에는 프랑크왕국과 오스만 제국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다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고연방의 크로아티아로 편입되었다.


3,000년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자다르의 구시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다르의 성벽은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 당시에 투르크 족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지어졌다. 당시 4개의 성문을 통해서만 성안의 구시가에 들어갈  있었는데 현재까지 육지의 문과 항구의 문이 남아 자다르 구시가지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1543년에 건축된 육지의 문은 자다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로 베네치아 공화국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상과 베네치아 문장이 새겨져 있다.


853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죽은 마가의 유해가 이슬람 신전 공사로 실종 위기에 처하자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유해를 몰래 베네치아로 옮겨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으로 모셨다.


사람들은 신약 성서의 4대 복음 성인들에게 각각의 상징물을 붙여주었는데 마태는 사람, 누가는 황소, 요한은 독수리를 붙였다. 그리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시작하는마가복음에 착안해 마가를 사자로 상징했다.


그래서 베네치아 곳곳에 날개 달린 사자 상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세계 4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상이 황금 사자상이다.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 지은 자다르의 육지의 문에 날개 달린 사자상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구시가로 연결되는 메인 입구로 여전히 사용되는 육지의 문을 지나면 5개의 우물이 나온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공격을 대비해 베네치아 인들이 만든 5개 우물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우물의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볼 때 그 당시에도 건축물을 예술 작품처럼 시각적인 면을 중요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물은 19세기까지 이용되었다.



5개의 우물을 지나면 고풍스러우면서도 이색적인 자다르의 골목길이 나온다. 골목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다 보면 구시가 중심에 있는 나로드니 광장에 도착한다.



중세 때 생긴 이 광장은 대광장으로 불리다가 2차 세계 대전 후 <국민>이라는 뜻의 나로드니 광장이 되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선정된 이곳에는 시청사와 시계탑이 있는 도시 경비대 그리고 공개 재판소가 있다. 그리고 시계탑 맞은편에는 정치적 모임을 위한 도시 집회소가 있다



자다르 최초의 카페가 생긴 광장의 한 복판에는 현재 노천카페가 있어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광장에서 시로카 대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이 나온다.



12~13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나스타시아 성당은 크로아티아 중부지방인 달마치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정면에 보이는 두 개의 장미 문양 창이 독특하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9세기에 주교 도나트가 헌정한 <성 아나스타시아>의 대리석 석관과 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르비아 북부 사바강 유역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아나스타시아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감옥에 갇힌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선교여행을 갔다가 체포되어 순교한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성당과 나란히 서 있는 종탑은 15세기에 완공된 것으로 현재 도시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종탑의 180개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푸른빛으로 빛나는 아드리아해와 붉은 지붕으로 둘러싸인 자다르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다.


종탑을 뒤로하고 바다로 나가면 자다르의 랜드마크인 성 도나트 성당이 나온다.



9세기경에 지어진 이 성당은 로마광장의 폐허 위에 세워졌으며 자다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특히 로마광장이 무너진 후 남은 재료들로 성당을 건축하였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내부 구조물 역시 전부 부서진 석재로 이용하여 만들어졌는데 음향효과가 좋아 오늘날 콘서트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도나트 성당 앞으로 고대 로마의 포룸으로 사용했던 큰 광장이 있다.



집회장이나 시장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1세기경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세운 것으로 아드리아 해 동부 해안에서 가장 큰 로마시대의 광장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손상되어 현재까지 복구 중이다.


로마시대에 변방지역이었던 자다르에 이렇게 큰 로마광장이 있었던 이유는 당시 자다르 인근에 염전이 있었고 아드리아 해안에서 몇 안 되는 농경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수치심의 기둥이다.



수치심 기둥은 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을 기둥에 달아 쇠사슬에 묶어 두었다고 한다. 수치심을 느껴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하였다는데 1840년까지 유지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뒤로하고 아드리아 해로 나아가면 시원한 바다 산책로가 열린다. 그 산책로 끝에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가 있다.



<바다 오르간>은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가 2005년에 디자인해 만든 세계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바닷가에 있는 돌계단에 35개의 파이프를 설치하고 구멍을 뚫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졌다.


파도의 크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바다 오르간은 파도의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며 아름다운 자연의 음악을 연주한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바다 오르간>의 음악소리를 들으며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한다.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는 <태양의 인사>라는 조형물이 바닥에 있다. <태양의 인사>는 커다란 원형으로 태양전지판과 발광다이오드를 조합해서 만든 것으로 태양과 그 위성을 표현하고 있다.



해가 지면 <태양의 인사>는 낮에 받아 두었던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형형색색의 빛을 발산하면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보인다. 이것 역시 <바다 오르간>을 만든 니콜라 바시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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