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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11. 2020

자그레브 여행 2


자그레브는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세 개의 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언덕 위 구시가지인 <고르니 그라드>는 과거 크로아티아의 영화로움이 넘치는 매혹적인 곳으로 중세풍의 대성당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여러 개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언덕 아래 하부 도시인 <도니 그라드>는 유럽의 거대 상업도시에 비길 만큼 활기찬 지역이다. 또한 신 자그레브라고 불리는 지역은 현대 건축과 도시화의 전시장을 연상케 하는 모던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현대와 과거의 모습이 동시에 공존하는 자그레브의 풍경은 옐라치치 광장에서 서로 만나 하나가 된다.



구시가 지역인 <고르니 그라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마르코 성당이다. 마르 코브 광장 중앙에 있는  성당은 멀리서 보아도 지붕에 보이는 타일 모자이크의 멋진 색깔과 모양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지붕 타일의 왼쪽은 크로아티아의 문장이고 오른쪽은 자그레브의 문장이다. 왼쪽의 크로아티아의 문장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왼쪽 위에 보이는 빨간색과 하얀색의 체크 문양이 그려진 방패 문양은 북부 크로아티아를 의미하고 오른쪽의 세 마리의 사자는 중부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안 지방을 상징한다. 또한 아래 부분의 두 파란색 선은 두 개의 강을 상징하고 가운데 붉은색 안에는 쿠나라고 불리는 동물이 보이는데 이는 동부 크로아티아인 슬라보니아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쿠나는  이 나라의 화폐단위이기도 하다.


지붕 타일의 오른쪽 자그레브의 문장을 살펴보면 위쪽에 자그레브 성이 보이며 성 위로 희망을 상징하는 별과 초승달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로 자그레브의 강을 상징하는 문양과 그 아래 산을 상징하는 문양이 있다.



성 마르코 성당 입구는 14세기 말 프라하의 조각가 팔러가 제작한 고딕 양식의 작품으로 11개의 벽감에 15개의 조각상이 있다. 맨 위에는 예수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 보이며 양쪽 측면에는 예수의 12제자의 조각상이 보인다. 이 조각상은 정교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아 성당의 자랑이자 발칸에서도 가장 풍부하고 소중한 고딕 양식의 보물이라고 한다.


성당인으로 들어가면 고딕 양식의 벽과 기둥 그리고 천장이 보이며 또한 크로아티아 국민 조각가인 이반 메슈트로비치가 조각한 피에타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왼쪽에 위치한 주황색 지붕 건물은 대통령의 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이 있다. 성당을 뒤로하고 바로 앞으로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박물관 3곳이 나온다. 첫 번째 박물관이 테슬라 박물관이다.



테슬라는 크로아티아 출신 미국인 과학자로 당시 에디슨과 맞먹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에디슨과 테슬라의 관계는 악연이었다. 에디슨은 테슬라를 공동 사업자로 인정하며 그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을 통해 5만 불이 넘는 금액을 주기로 약속했으나 에디슨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후에도 테슬라는 사업적으로 에디슨과 경쟁 관계였으며 마지막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테슬라 박물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이별 박물관이 나온다. 크로아티아의 예술가인 드라젠 그루비시치와 올링카 비 스티커가 이별을 하면서 버릴 수 없는 남은 토끼 인형을 전시하면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둘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인형을 차마 버릴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들의 물건들을 비롯하여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물건을 모아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2006년부터 전시를 시작했다. 42개의 기증품으로 시작된 전시는 35개국을 돌았으며 2016년엔 제주도에서도 개최하였다.


기증자들은 실연 박물관을 통해  깨진 관계에 대한 개인적 경험 보존에서 더 나아가 상처 치유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전 사회적인 희망과 치유의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의 사연은 옆에 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어 팸플릿도 있으니 사용하면 좋다.


전시된 물품들을 살펴보면 죽은 남편이 선물한 신발부터 배신한 애인의 집을 부순 도끼 등 저마다 사연이 가슴을 울린다. 특히 30년 전 부인에게 스누피 인형을 선물했던 남편은 지난 30년간 아내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떠나갔으며 매일 포도주를 선물했던 남자가 에이즈로 세상을 등지자 그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는 사연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별 박물관 맞은편에 보이는 순수 미술관인 <나이브 아트 갤러리>를 방문하면 미술의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세계에서 나이브 예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바로 크로아티아다. <나이브> 란 용어 자체의 의미는 자생적으로 획득한 것이라는 의미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즐거움과 본능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말한다.



자그레브에 있는 나이브 아트 미술관은 나이브 예술 장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크로아티아 화가 20명의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개성이 묻어 나오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제네랄 리츠, 라츠 코비츠, 라부진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곳에 전시된 스톨니크의 <집으로 돌아오는 > 보면 색채의 해방을 통해 상상 속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나무는 녹색과 빨간색 그리고 노란색  파란색이며 이는 지붕과 집의 정면 그리고 동물  인간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사실감이 느껴진다.



박물관을 나와 조금 더 내려가면 로트 르 슈타크 탑과 산책길이 나온다. 이곳은 전망이 좋아 많은 연인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산책길 중간에 크로아티아 현대 문학의 거장인 안툰 구스타브 마토스의 벤치 동상이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그는 이곳을 아주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에 안기어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연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제 반 옐라치치 광장으로 내려가서 광장 바로 옆에 있는 360도 전망대로 가자.



전망대에 올라 커피나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다 보면 황홀한 자그레브의 야경이 올라온다. 그러면 이 도시가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우며 다시 오고 싶은 도시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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