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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13. 2020

노트르담 성당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고딕 성당

좁은 골목을 나오자 거대한 성당이 우뚝 서 있다. 노트르담 성당 정면 양쪽으로 우뚝 솟은 첨탑은 마치 하나님에게까지 닿을 듯 끝없이 하늘로 솟구치고 그 사이로 아름답고 큰 창이 빛나고 있다.


3개의 정문에 조각된 조각들은 성경책에서 금방 나온 듯 생동감이 넘친다.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보이고 최후의 심판을 하는 예수님과 이를 슬픈 눈으로 지켜보는 성모 마리아도 보인다. 또한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주위로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한 12제자들과 순교자들이 예수님의 심판을 지켜보고 있다.


성당 옆으로 돌아가면 성당을 지탱하고 있는 기괴한 기둥들이 보인다. 하지만 기둥들은 성당의 몸체를 받치며 하늘을 날 듯 가볍다. 성당 지붕에는 악마 가고일이 지난밤 내린 비를 입으로 쏟아내며 성당 주위를 배회하는 악귀를 쫓아내려 노려보고 있다. 어떠한 악의 무리도 무찌를 기세이다.


성당을 입장하자 높고 깊은 실내공간이 마치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 사람의 발걸음을 안으로 끌어당긴다. 한 발 한 발 안으로 들어서자 신비스러운 향 냄새와 더불어 묵직한 돌기둥들이 여기저기서 경건함을 더한다.


중앙 제단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깊고 울림이 큰 오르간 소리와 함께 천상의 빛이 쏟아진다. 성경 속 인물들로 가득 찬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 안을 다양한 빛으로 채운다. 성당 안의 다채로운 빛은 깊고 높은 천장으로 뻗어간다. 휘어있지만 십자가 모양한 천장의 뼈대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다.


물질적이며 육체를 상징하는 뼈대들은 영적이며 신을 상징하는 빛과 어우러져 인간과 신의 조화를 보여주며 지상에 재현한 천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왕의 세력이 커진 12세기 초반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이 되었다. 당시 파리의 주교였던 쉴리는 프랑스의 명성에 맞게 크고 화려한 성당을 짓기 시작하였다. 1163년에 시작한 성당은 180년이 지난 1345년에 시테섬의 동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완성되었다.


노트르담 성당 정면에는 <노트르담 꼽추>로 유명한 커다란 종탑 두 개가 있으며 그 사이에 장미 창이 있다.

장미 창 앞에는 천사에 둘러싸인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보인다. 그리고 양쪽 가에 인간의 원죄를 상징하는 아담과 이브의 조각상이 있다. 이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이 탄생하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트르담은 프랑스 말로 <우리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리아 조각상 아래로 28명의 유대 왕 조각상이 가로로 쭉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왕들로 오해한 시민들이 파괴해 모두 복원한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세 개의 정문이 있다. 중앙의 문이 최후의 심판의 문이며 왼쪽이 성모 마리아의 문이다. 그리고 오른쪽이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 성안나의 문이다.


최후의 심판의 문 상단의 조각들은 죽은 자들이 깨어나 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앙에 저울을 들고 있는 미카엘 천사 뒤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맞은편 악마 뒤로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위로 천사들에 둘러싸인 예수가 있다.


조각상을 둘러싸고 있는 세로 형태의 여섯 줄 안에는 천사들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의 조각상이 보인다. 먼저 안쪽 두줄에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왼쪽 네 줄에는 아브라함과 모세 등 구원받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른쪽에는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특히 예수를 믿지 않은 부자와 주교 그리고 왕의 모습이 보인다.




최후의 심판의 문 중앙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그의 왼손은 책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예수의 머리 주위로 네 명의 천사가 보인다. 그리고 예수의 발아래에는 두 개의 생물들이 밟혀 있다. 이들은 시편에 나오는 생물로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과 땅 위에서 올라온 짐승들로 사탄을 상징한다.


중앙의 예수 주위로 12제자가 보이는데 왼쪽으로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칼에 목에 잘려 순교한 바울이 보인다. 바울은 12제자에 속하지 않으나 예수를 배신한 유다 대신 조각되었다. 12제자 발아래에는 사자와 소 그리고 인간과 독수리가 보이는데 마가 마태 누가 요한 등 신약 4 복음서의 상징물을 보여준다.


중앙의 문에는 포도나무 가지 문양이 예수를 향하여 뻗쳐 있는데 교회와 성도들을 상징한다. 성경에서 예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니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중앙문 이외 성모 마리아의 문에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묘사한 3단 조각이 있다. 그리고 성 안나의 문에는 성모 마리아와 요셉이 결혼식을 하는 장면과 수태고지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조각되어 있다. 성당의 정면에 이렇게 많은 조각과 그림들이 많은 이유는 당시 글을 모르거나 책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조각과 그림들을 대형 성경책이라고 불렀다.




성당의 상부에 특히 눈에 띄는 조각은 인간 가고일이다. 가고일은 프랑스 전설의 괴물로 7세기경 센 강의 물을 범람시키거나 입으로 불을 뿜어서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이에 루앙의 주교로 부임한 생 로맹이 가고일을 제압했다. 이후 가고일은 성당을 지키는 역할을 하였다.


가고일은 건축에서 악귀를 쫓아내는 상징적인 기능 외에 빗물 배수구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날수록 키메라와 사자 그리고 박쥐 등의 형태로 다양화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가글은 물을 뿜는 가고일에서 유래되었다.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면 중앙에 넓은 홀과 제단이 보인다. 중앙제단으로 가면 성당의 하이라이트인 북쪽 장미 창과 남쪽 장미 창이 있다. 가장 화려한 북쪽 장미 창에는 중앙에 두 천사의 보좌를 받으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보인다. 그 주위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후광처럼 중앙을 둘러싸고 있다. 특히 왼쪽의 아담과 오른쪽의 이브는 원죄를 속죄하는 모습으로 서있다. 반대편에 보이는 남쪽 창에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와 12 사도 그리고 성인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성당 중앙에는 중앙제단이 보인다. 제단에는 니콜라 쿠스토가 만든 <피에타> 조각상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루이 13세, 왼쪽에 루이 14세의 조각상이 있다. 자식이 없던 루이 13세는 왕자가 생기면 제단과 예배당을 봉헌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의 생전에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루이 14세가 아버지의 약속을 지켜 화려한 제단을 만들었다.




제단 뒤로 보이는 본당 칸막이는 수도사들이 조용히 기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칸막이 남쪽에는 부활한 예수의 행적이, 북쪽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을 때까지의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성당 관람의 마지막 코스로 제단 오른쪽에 위치한 보물실이다. 이곳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직접 머리에 둘렀던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 조각 그리고 예수를 찌른 창의 날을 보관하고 있다. 또한 역대 노트르담 성당의 주교들이 입었던 의상과 각종 행사용품 그리고 보물들을 볼 수 있다.




보물실을 나와 입구를 바라보면 입구 위에 8천여 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파리 최대의 오르간이 보이고 그 위로 고딕 양식의 천장이 이어진다. 단순한 아치형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벗어나 첨두아치와 플라잉 버틀레스로 지탱하는 높고 장대한 고딕 양식의 천장은 장미 창과 더불어 노트르담 성당의 최고 하이라이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중세에 대한 부정적이며 어두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다음 시대인 르네상스 시대의 자유롭고 밝은 이미지와 대비되어서이다. 하지만 중세가 남겨 놓은 예술은 그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찬란하다.


절대적인 힘이자 질서였던 로마가 멸망하고 혼란한 중세시대에 접어들자 유럽은 지방의 봉건영주가 다스리는 세상이 되었다. 봉건 영주들은 영토확장을 위해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하였으며 이는 중세를 더 큰 혼란에 빠트렸다. 전쟁과 혼란으로 가득한 중세에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기독교였다. 혼란의 시대에 살았던 그들은 세속적인 감정을 숨겼으며 오직 신에 의한 구원을 소망했다. 당연히 그들은 신의 구원을 보여주는 높고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했다.




중세의 초기의 성당 건축은 당시 그들에게 최고의  문명이었던 로마식으로 지었는데 이를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나무로 지어져 화재에 위험이 컸던 십자가형의 성당에서 벗어나 돌로 지었다. 또한 하나님의 권위와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크게 지었다.


당연히 대형 돌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 하중에 두터운 벽과 기둥이 사용되었으며 무거운 하중을 잘 견디는 로마식 아치가 입구와 천장으로 사용되었다. 대신 두터운 벽과 기둥으로 창이 작은 성당의 실내는 좁고 어두웠다.


12세기가 되자 프랑스 왕실은 봉건영주들을 견제하면서 그들의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과 손을 잡았다. 로마 교황청은 그들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수도원을 봉건 영주로부터 독립시켜 자신의 권한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강력한 왕의 힘이 필요했다. 프랑스 왕실과 로마 교황청의 연대는 거대한 권력을 탄생시켰다.


거대한 권력은 그들의 권력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필요했다. 이렇게 탄생한 건물이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다. 그들은 신에게 보다 많은 영광을 돌리고 보다 많은 은총을 받기 위해 성당을 높고 화려하게 지었다.




거대한 권력과 영광을 보여주는 고딕 양식의 성당은 기존 로마네스크 성당보다 더 높게 지어야 했다. 그래서 하중이 많이 가는 아치형 건물 대신 뾰족한 아치를 사용하였다. 아치형 건물은 하중을 옆에 있는 벽으로 많이 가게 하여 벽이 두텁고 쌓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뾰족한 아치를 사용한 건물은 하중을 밑으로 가게 하여 벽을 얇게 만들 수 있어 쌓기가 쉬웠다. 그리고 얇아진 벽을 보충하기 위해 옆으로 부벽을 대고 본 벽과 부벽을 가로로 잇는 기둥을 만들어 붙였다. 이를 플라잉 버틀레스라고 부른다.



뾰족한 아치와 부벽 그리고 플라잉 버틀레스로 인하여 교회는 더 높게 지을 수 있었다. 또한 하중이 적어진 벽에 큰 창문을 낼 수 있어 성당은 더 높고 더 밝으며 더 완벽하게 지어졌다.  


당시 사람들은 높아진 성당의 외벽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상징하는 조각들로 가득 채웠다. 또한 빛이 들어오는 큰 창에도 역시 성경 속 이야기들로 채워 글을 모르는 신자들에게 성경 속 이야기들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존의 아치로 연결된 낮고 무거운 천장 대신 우산의 살과 같이 생긴 뾰족 아치들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진 높고 웅장한 천장은 마감처리 없이 그대로 두었다.


이는 빛이 천장에 와 닿으면 천장을 받치는 뼈대 같은 뾰족 아치의 물질적인 부분과 빛의 영적인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의 결합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성당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과 구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상징적인 관념을 보이게 하는 성당으로 짓는 일은 보이는 물건이나 인물을 사실대로 그리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신의 모습을 오로지 상상과 영감에 의존해서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세의 건축가들은 예술에서 최고의 경지인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형상으로 나타내기 위해 모든 상상력과 돌 그리고 빛을 이용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고딕 성당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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