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의 시내 중심지에 있는 괴테 하우스를 방문하면 여행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큰 규모와 화려한 장식에 놀란다. 단순한 외부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들이 층마다 가득하다. 괴테의 아버지는 왕실 법률 고문관으로 귀족은 아니었지만 평생 괴테가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했다.
오래된 우물과 안뜰이 있는 괴테 생가의 현관을 지나면 가장 먼저 손님을 위한 응접실인 옐로 룸을 만난다. 응접실에는 괴테의 어머니가 바이마르에서 받은 기념품과 젊은 시절의 괴테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응접실을 지나면 블루룸이라 불리는 식당이 나오는데 이 곳에 바로크식 거울과 로코코식 도자기가 가득 찬 찬장이 전시되어 있다. 식당 옆에는 괴테의 어머니와 요리사 그리고 두 명의 하녀가 음식을 하던 주방이 나오는데 특히 지하실의 우물에 연결된 물 펌프가 눈에 띈다.
식당을 나오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고급스러운 철제 난간이 달린 계단이 보이는데 철제 난간에는 괴테의 부모님의 머리글자인 JCG와 CEG가 새겨져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레드 룸과 그리고 희귀한 피라미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음악 방이 나온다.
2층에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레드 룸은 가족들의 파티나 중요한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사용하는 곳으로 진홍색 실크로 장식되어 있어 레드 룸이라고 부른다. 1759년 프랑스가 프랑크푸르트를 점령하였을 때 이곳은 프랑스 총독의 방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예술을 사랑한 총독은 집으로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공연을 열었는데 이때 괴테의 예술적 감수성이 많이 성장하였다고 한다.
악기 방은 천장 디자인을 통해서 한때 이곳이 음악방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괴테 가족들은 음악을 무척 사랑하였는데 괴테의 아버지는 류트를 연주하고 어머니와 누이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합주를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악기 방에는 붉은색 피아노가 있으며 그 위에는 괴테의 가족들의 평화로운 모습의 그림이 걸려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괴테가 태어난 출생의 방 그리고 괴테 어머니의 방외에 갤러리와 서재가 있다.
괴테의 아버지는 동시대의 미술작품을 사들여 전시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수 천 권의 책을 보유할 정도로 하며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세기를 뛰어넘는 예술가가 탄생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가정환경이 어떤 것인지 괴테의 생가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다.
계단 끝에 있는 코넬리아의 방은 괴테의 누나가 사용한 방으로 그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이 방을 사용하였다.
마지막 4층으로 올라가면 괴테의 작업실과 방이 있다.
괴테가 글을 쓰던 작업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괴테의 책상 앞 벽에 있는 로테의 실루엣이다. 소설에서 베르테르는 로테가 결혼하자 이것을 치우려고 하지만 못 치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다음과 같이 편지를 쓰고 자살한다.
정든 실루엣 로테여. 이것을 마지막 추억으로 남깁니다. 소중히 간직해주세요.
오늘날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소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소설을 읽고 베르테르와 같은 복장을 하고 베르테르처럼 오른쪽 눈에 권총을 쏘아서 자살했다. 이러한 현상은 괴테의 소설뿐만 당시의 시대정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계몽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 생명의 주인은 신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들이 널리 퍼져 있었다. 사회 곳곳에 혁명적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이 나올 수 있었다.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왕실 고문관인 아버지와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정교사를 7명이나 채용하며 괴테에게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하여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교육시켰으며 음악과 회화 그리고 문학을 교육시켰다. 풍족하고 교양 있는 교육을 받은 괴테는 어린 나이에 시를 써서 조부모에게 선물할 정도로 성장의 속도가 빨랐다.
법률가가 되라는 부모님들의 권유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괴테는 그의 첫 희곡인 <연인의 변덕>을 세상에 선보이며 문학 활동을 계속했다. 대학을 졸업한 괴테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법률 사무소 수습생으로 일하면서 샤를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가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스트라스브루에서 친구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그 편지에 자신이 아는 예루살렘이라는 친구가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끝내 권총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그는 샤를로테와의 가슴 아픈 사랑과 금지된 사랑 끝에 권총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를 엮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이 시기를 괴테의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를 한 번에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많은 독자들은 소설을 실제의 상황으로 인식하고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실제 인물들을 미워하고 사랑하기도 했다. 또한 이 소설을 보고 많은 젊은이들이 모방 자살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하루빨리 이 소설에서 벗어나고자 몸 부린 친 괴테는 1775년 바이마르의 공작인 아우구스트에 요청에 의하여 바이마르로 가서 궁정의 정무를 담당한다. 그는 내각수반으로서 치적을 쌓는 한편 광물학과 해부학 등의 연구에도 정진하여 많은 성과를 보였지만 창작활동을 하지 않았다.
1781년 괴테는 휴가차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당시 이탈리아는 모든 예술가의 이상향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회화와 조각 그리고 건축물들이 넘쳐났으며 문화적 성취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했다.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의 고위 자녀들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녔으며 선진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이를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괴테는 남부의 밝은 자연과 고대 미술을 접하면서 질풍노도의 시대를 끝내고 고대의 내용을 바탕으로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다. 그 대표작이 <빌헤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이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을 완성시키고 스물네 살 프랑크푸르트 집에서부터 구상하기 시작한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하였으며 그가 죽기 한 해 전에 완성한다.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을 닮은 인간을 타락시켜 신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파우스트를 유혹하여 멸망에 빠뜨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많은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지 못해 깊은 회의에 빠져 있는 파우스트에게 접근해 젊음의 약을 권한다.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젊음의 약을 먹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모든 인생의 향락과 희망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 만약 파우스트가 삶에 만족을 얻는 순간 그의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약을 먹고 젊어진 젊어진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정에 빠져 처녀 그레트헨의 순결을 빼앗고 그의 오빠를 죽이는 살인도 저지른다. 이후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하여 악마는 트로이 시대로 파우스트를 데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나와 결혼시켜 자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온갖 욕망과 희망을 충족한 파우스트는 그 끝에 공허함을 느끼며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을 후회한다.
소설 끝 무렵 나이가 들어 실명한 파우스트는 인생의 참된 행복은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행동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자신의 영토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개간해서 사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악마의 간계로 개간 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파우스트의 무덤을 파게 한다. 실명한 파우스트는 이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인부들의 삽 소리를 들으며 개간사업을 하는 소리로 착각한 파우스트는 감탄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자신을 이겨내고 정복한 사람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자유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리라. 이 순간에 말한다. 멈추어라 지금 이 순간을 지극히 만족한다.
파우스트가 만족을 하자 악마는 약속대로 그의 영혼을 가져가려고 한다. 그때 천사들이 내려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원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죄를 짓는다. 살면서 무심코 던진 이야기가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증오하고 미워하면서 잠 못 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생존을 위해 죄를 짓고 고통 속에 살지만 자신과 상대방의 죄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삶을 산다면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고난을 겪고 아파하고 죄를 짓기만 그것은 더 높은 경지에서 보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품은 인간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괴테하우스를 나와 넓은 광장으로 나오자 무릎을 끌어안은 채 고민하고 있는 사람 조각상이 보인다. 지혜를 상징하는 조각상은 어둠 가운데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