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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여행

신은 당신을 사랑하신다.

by 손봉기

마르세유 역을 나서면 고색창연한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은 노트르담 성당이 중세 분위기를 풍기며 여행자를 압도한다. 오랜 역사와 화려한 문화유산으로 2013년 유럽 문화의 수도로 선정된 마르세유 여행은 구항구에서 시작한다. 도심의 정중앙에 위치한 구항구는 시민들과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로 요트와 유람선 그리고 인근에서 잡은 생선을 팔기 위한 상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마르세유의 구항구에서 자리 잡은 시청 광장을 지나면 구시가지인 파니에 지구가 나온다. 좁은 골목길과 광장으로 이루어진 파니에 지구에 들어 서면 오래된 건물과 예술적인 감각이 가득한 광장이 어우러져 프랑스 남부 특유의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선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로 기원전 49년 로마의 카이사르에 의해 함락되어 로마제국의 상업도시로 발전하였으며 15세기 십자군 원정 시대에 항구 기지로 크게 성장하였다. 18세기에 들어 유럽에 퍼진 페스트로 인해 인구의 절반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기도 한 마르세유는 19세기에 이르러 식민지 개척 항구로서 다시 번영을 누렸다.


20세기 들어 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 식민지의 독립으로 마르세유는 차츰 퇴보하였으나 2,600년 동안의 이민의 역사가 자아내는 독특한 색깔과 지중해의 여러 문화가 뒤섞여 만든 이국적인 분위기로 오늘날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니에 지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마조르 대성당이다.



19세기에 건축된 마조르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유럽 각 지역에서 운반해 온 값비싼 대리석과 모자이크로 장식된 매우 화려한 실내를 가지고 있다. 실내로 입장하면 소박하지만 위엄 있는 마르세이유 주교들의 무덤을 감상할 수 있다.


대성당을 나와 항구로 돌아오면 바다로 나아가는 입구의 양쪽으로 생 니콜라 요새와 생 장 요새가 있다.



이 요새들은 모두 16세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가 이 지역을 지중해 확장의 거점으로 삼았을 당시 도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곳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생장 요새에서 어부의 그물을 연상시키는 지중해 문명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철제 다리이다. 요새의 광장에서 박물관의 옥상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다보면 중세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신비한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박물관 옥상에 있는 카페에 앉아 그물 밖으로 펼쳐지는 지중해를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마르세유의 매력에 금방 빠지게 된다.


구항구로 돌아와 60번 버스를 타고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한다. 15분 정도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마르세유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온다.



버스에 내려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시가지와 남쪽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되었던 이프 섬이 싱그러운 바다 위로 떠 있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나와 언덕위를 보면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금빛의 성모 마리아가 탑 정상을 장식하고 있는 성당의 입구로 돌아가면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배 모양의 형상을 한 조그만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서 금 빛 도금된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천사 미카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수태고지의 프레스코화와 바다를 주제로 한 조각상들이 비잔틴 양식의 둥근 천장의 열을 따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성당 실내가 너무 아름다워 몇 번이고 뒤돌아보다가 성당을 나서면 탁 트인 지중해가 눈앞에서 멈춘다. 바다와 함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슬픔과 분노를 만끽한 마르세이유 사람들에게 바다는 생명과 같은 곳으로 바다 특유의 싱싱함이 도시 전체에 살아 있다.


시원한 바다전망을 바라보며 노트르담 사원을 걸어서 내려오면 발롱 데조프 항구가 나온다.



마르세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은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시골 항구로 조용하며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또한 이 곳에 맛집이 많아 점심시간이라면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음식인 부이야베스를 추천한다.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생선 수프인 부이야베스는 우리의 해물탕을 연상시키는 음식으로 양파와 감자 그리고 토마토 등을 올리브 오일로 볶다가 물을 넣어 끓인 후 살이 잘 풀어지지 않는 순서로 돔과 장어 등 생선과 새우와 조개류 등 갖가지 해산물을 넣고 만든 음식이다. 식당에 따라 테이블에 낼 때는 수프와 생선을 따로 담아주는 곳도 있다. 부이야베스에는 달콤한 로제 와인이나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다.


발롱 데조프 항구를 나와 지중해 바닷길을 산책하며 30분 정도 걸으면 구항구로 돌아온다. 항구에 도착하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되었던 이프 섬으로 향하는 유람선이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14년 동안 갇혀 있었던 이프 섬은 마르세유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다.



이프 섬은 원래 해상 침투를 막기 위하여 1524년 프랑스와 1세 때 방어기지로 건설되었지만 17세기까지 수많은 정치범들을 가두는 악명 높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수감자 중 수천 명은 신교도들과 프랑스혁명 참여자들이었다. 당시 감옥의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수감자들 대부분 평균 9개월밖에 살지 못했다고 한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는 결혼을 위해 마르세유에 돌아왔다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이곳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그는 억누를 수 없는 절망감에 매일 죽을 결심을 한다. 그리고 단식으로 인하여 눈이 멀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가 마침내 죽음의 입구에 이르자 깊은 내면에서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라.
신은 당신을 사랑하신다.



단테스는 절망에 빠져 죽을려고 했던 자신을 보며 오열했다. 그 시각 감옥 벽 깊은 곳으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벽과 천장을 파는 소리였다. 방향을 잘못 잡아 단테스의 방까지 벽을 뚫고 온 신부를 만난 단테스는 신부와 함께 탈출을 꿈꾸면서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진 보물에 대해 신부로부터 듣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단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하여 희대의 복수극을 벌인다.



이프 섬을 관람하고 저녁무렵 항구에 도착하자 바다는 충층히 다양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 카페에 앉아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독한 술 파스티스를 한 모금 마시자 술이 한 줄기 샘처럼 온몸을 타고 내려간다. 노을과 술에 취한 여행자는 어느새 마르세유인이 되어 바다와 희망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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