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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y 27. 2021

마터호른 산책

대자연의 숭고함

파라마운틴 영화사의 로고로 사용되는 4천 미터의 알프스 산인 마터호른을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 체르마트로 이동한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한 열차는 비스프에 도착한다. 비스프에서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천 미터를 오르자 체르마트가 나타난다. 체르마트 역에 도착하기 직전 창 밖으로 보이는 마터호른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역에서 내리자 전통 목조로 만든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가게들 사이로 환경 보호를 위해 운행되는 레고 블록 같은 깜찍한 전기자동차와 마차가 관광객을 쉴새 없이 실어 나른다.


1865년 에드워드 윔퍼가 마터호른을 정복한 후 세계의 수많은 등반가들이 이 곳을 찾았으며 현재는 마터호른을 바라보며 인생 최고의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반 호프 거리 끝에 있는 마터호른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



마터호른 박물관은 체르마트가 세계적인 알핀 리조트가 되기까지의 역사와 마터호른 등반에 관련된 사진과 여러 가지 구조물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알프스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들의 박제와 영국인 등산가 윔퍼 일행이 1865년 7월 14일 처음 마터호른을 등반할 때 사용했던 장비와 추락했을 때 끊어진 로프 등이 눈에 띈다.


박물관을 나와 조금 걸으니 가톨릭 교회 뒤로 조난자의 묘지가 나온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마터호른과 체르마트 주변의 알프스 봉우리를 등반하다가 목숨을 잃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이 곳에 잠들어 있다. 예쁜 꽃들이 놓인 묘지에 마터호른을 처음 등반했던 타그발드 부자와 샤모니 출신의 미셀 오귀스트도 묻혀 있다.


묘지를 지나 비스파 강을 건너자 체르마트에서 가장 오래된 힌터 오르프가 나온다.



16~18세기에 건초나 말린 고기 등을 보관하던 창고로 사용되던 이곳 집들은 쥐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돌로 된 기두 위에 지어져 있다. 힌터호르프를 나와 조금 걸으니 체르마트의 가장 유명한 산악인 울리히 인더비넨을 기념하는 예쁜 샘과 벤치가 여행자의 미소를 자아낸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와 수네가 전망대 승강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5분 정도 오르자 해발 2288m에 위치한 수네가 전망대가 나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탁 트인 전망대로 이동하자 푸른 들판 위로 야생화가 만발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터호른을 비롯한 웅장한 알프스 영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단번에 사라지게 하는 알프스의 압도적인 풍경에 여행자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서 있다.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싱그러운 여유를 즐기다가 전망대 근처에 있는 라이 호수로 이동한다.



라이 호수에 이르자 마터호른이 거꾸로 비치는 황홀한 풍경에 여행자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들뜬 표정으로 호수가를 돌아다니며 그림 같은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자리 편한 곳에 앉아서 맑은 호수와 알프스를 한 없이 마음에 담고 또 담는다.  


라이 호수를 지나 걸어서 체르마트로 내려오면 중간에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핀델른 마을이 나온다.




핀델른 마을의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카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자 말할 수 없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이 여행자의 온 몸을 둘러싼다. 그리고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황홀감을 만끽한다.


다음날 아침에 체르마트 역에서 기차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로이크 역으로 이동한다. 로이크 역에서 내려 우편 버스를 타고 약 30분간 산길을 오르자 스위스 전통 온천지인 로이커바트가 나온다.


900m 높이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로이커바트는 하루 390만 리터의 온천수가 나온다. 그래서 이곳에는 로이터 바트 테름과 알펜 테름이라는 대중 온천 센터를 비롯하여 30개가 넘는 온천 풀이 있어 많은 여행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이커바트 온천센터를 방문하여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대기실이 나온다. 라커가 있는 대기실에서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온천으로 입장하자 알프스 전경 아래 야외 온천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온천욕은 물론이고 2층에 있는 뜨거운 탕에서 사우나를 즐기는가 하면 유황성분이 담긴 진흙 등을 이용해 머드팩이나 미용팩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시설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 쌓인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는 노천 온천탕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 덮인 알프스를 바라보다 보면 힘든 일상을 버텨온 나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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